"김정은, 트럼프로부터 평화협정 약속 받기전까지 양보 거부"
"너무 짧은 시간 정상회담 밀어붙여"…비건, 내주 북한과 공동성명 초안 조율 예상
CNN "北美 고위급 회담서 비핵화 진전 없었다"
다음 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이뤄진 북미 고위급 회담 등에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got nowhere)고 미국 CNN 방송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수석 협상가'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7일 방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잇따라 만났으나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이뤄진 모든 논의들도 비핵화에 관해서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며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부정적인 평가를 반박했다.

그러나 이 사안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CNN에 김 부위원장 방미를 통해 이뤄진 논의들이 전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계획에 집중됐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peace agreement) 약속을 얻어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양보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비공개 석상에서 비핵화 협상의 성과가 미흡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미 행정부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포기할 것으로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도 북미 고위급 회담 직후인 지난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영상 연설을 통해 "지난주 김영철이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더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이(an awful lot of work) 남아 있다"며 과제가 산적했음을 시사했다.

비핵화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은 백악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너무 서두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백악관이 너무 짧은 기간에 정상회담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것도 진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이것이 북한"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CNN은 북미 실무협상을 책임지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 주 북한 측과 만나 추가로 예비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무협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공동선언 초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요청해 펀드를 조성,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시작할 때만 이 펀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한 미군 카드를 활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에릭 브루어 미국신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설득해 한미연합훈련을 취소시킨 일을 떠올려보라. 이후 트럼프는 엄청나게 돈을 아꼈다고 주장했다"라며 "주한 미군 철수가 트럼프로서도 과한 일이기를 바라지만, 그가 동맹의 '열혈 팬'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염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