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예상치 못한 판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종심까지 지켜보겠다는 차분한 공식 입장을 냈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요동칠 민심에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법원 판결 후 대책 회의를 거쳐 두 시간여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었다.

김 대변인은 판결에 대해 노영민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댓글 조작 사실을 문 대통령이 인지했거나 조작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등의 재판을 차분하게 지켜보며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되 일부 보수 야당의 대선 공정성 시비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를 떠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수야! 이럴 땐 정치를 한다는 게 죽도록 싫다”며 “‘정치 하지 마라’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언이 다시 아프게 와서 꽂힌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함께 만감이 쏟아진다”며 “견뎌서 이겨다오. 미안하다”고 했다. 청와대를 떠난 뒤 한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김 지사의 1심 판결을 보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