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고' 하루 만에 '親기업'…냉·온탕 오가는 대통령의 메시지
“주관이 강한 생산자 언어로는 자기의 이익에 충실한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힘들다. 디자이너는 생산자의 언어를 소비자 언어로 전환시키는 기술자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쓴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이라는 책에 쓰인 문구다. 손 의원의 본래 직업은 브랜드아이덴티티(BI) 디자이너다. 여당 당명인 ‘더불어민주당’도 손 의원 작품이다.

대한민국을 디자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메시지는 아쉽게도 지극히 생산자 중심적이다. 게다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시장과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해 “정부는 (기업을) 간섭하거나 규제하지 않겠다”며 “혁신하는 기업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언급하며 대기업에 엄포를 놓은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친기업 메시지에 기업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엇갈린 소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힘들어하던 기업인들은 순간 환영했지만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지만 기존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장에선 “당장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뭘 더 감수하라는 얘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창업지원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활발한 혁신 창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새해 들어 유독 청와대에선 ‘기업에 활력을’ ‘피부로 느끼는 성과’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등 화려한 수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시로 뒤바뀌는 대통령 발언에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지만 대통령이 지닌 ‘말의 무게’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 역시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며 “간결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손 의원은 저서에서 자신의 주관에만 사로잡힌 생산자 중심 언어는 ‘불통’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독서광 문 대통령의 책장에 이 책이 꽂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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