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택시 기사 40여 명이 경기 수원 구천동에 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카풀 서비스 도입 중단을 약속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지난 21일 저녁 택시 기사 40여 명이 경기 수원 구천동에 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카풀 서비스 도입 중단을 약속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노사 4단체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 중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공식적으론 카풀(출퇴근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했지만 물밑에선 개별 의원들을 압박해 카풀 서비스 도입을 저지하고 있다. 민주당도 지역구 표심을 의식해 택시 기사들의 실력 행사에 속수무책이다.

개별 의원 상대 실력 행사 나선 택시단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수원시지부 등 택시 노사 4단체 관계자 40여 명은 지난 21일 밤 경기 수원 구천동 김영진 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기습 시위를 했다.

이들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과의 면담에서 “카풀 서비스 도입의 근거가 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를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일부는 사무실을 점거한 채 24일 현재까지 농성 중이다. 택시 기사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농성을 끝내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수원을 지역구로 둔 김진표·박광온·백혜련 의원 사무실에도 택시 기사들이 항의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노사 4단체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소속 전현희·심기준·맹성규·이규희·이훈·유동수·김병관·윤후덕·김성수·김정우 의원 등의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서약서를 요구하거나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동시다발적으로 택시 노사 단체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택시·카풀 TF 의원 중 상당수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의원실 항의 방문은 사회적 대타협기구 참여를 저울질했던 이달 중순부터 거세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택시업계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려는 의도”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카풀과 택시업계 간 대타협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속수무책’ 민주당

민주당 내에선 택시업계가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의원은 드물다. 지역 사회에서 법인·개인택시 사업자조합과 택시기사들의 정치적 파급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택시 회사가 몰려 있는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 대도시의 의원들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전통 지지 기반인 노동계를 적으로 돌리기 어렵고, 두 명의 택시 기사가 분신하는 일이 발생해 여론이 악화된 측면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하루에 이들이 만나는 지역구 사람들이 몇 명인 줄 아느냐”며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반대편에 서서 부정적 목소리를 퍼뜨리면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조와 여당이 또다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여당이 지난해 5월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여당 지도부의 지방선거 유세를 쫓아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한 카풀업계 관계자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도권을 택시업계에 빼앗긴 느낌”이라며 “시범 서비스 중단 등 택시업계의 지연 전술에 사업을 접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