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CPPIB) 아·태 대표 강연
"스튜어트십코드 정쟁대상 돼선 안돼" 강조
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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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가 (정치적인) 싸움의 대상이 됐네요."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CPPIB의 경험으로 본 캐나다 국민연금 시스템의 성공사례'에 대한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본래 목적과 달리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논란거리로 전락한 것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 정당한지를 김 대표에게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앞으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강조하고, 기업 대주주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탓이다.

참가자들은 "국민연금이 정부와 정치적인 역량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 역할을 하는 것은 수익률 극대화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스튜어드십코드의 의미까지 퇴색시키는 것이 아니냐",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 따라 특정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정부가 스튜어드십코드를 기업 압박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등을 물었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사회는 투자자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독하고 경영진과 같이 일할 수 있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이사회는 구성이 다양해야 하고 충분한 독립성이 있어야 하며 의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가 일하는 CPPIB는 한국으로 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운용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683억달러(약 416조원)에 달한다. 수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약 6.6%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0.9%)을 크게 앞선다. 단연 고(高) 수익률의 가장 큰 비결은 정치로부터의 자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투자 결정이나 의결권 행사를 하는 데 있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진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실무진이 포함되지 않은 수탁자책임위원회를 만들어 한진그룹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캐나다 CPPIB 이사회가 글로벌 투자은행 대표나 기업 경영인 출신 등 연금 투자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로 구성한 것과는 대비된다.

이날 한 참가자는 이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한진그룹 사태처럼 국민연금이 정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주문을 무기로 경영진을 바꾸고 이사진을 해임하는 등의 특정 기업에게 영향력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볼때 현재 국내에서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을 진행해도 될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한 김 대표의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CPPIB가 때때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을 때도 연방정부의 연락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이는 현재(2018회계연도인 2017년 4월~2018년 3월 기준) 약 12%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달성한 비결"이라고 짚었다.

이어 "적극적인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는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수익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원칙은 모든 기업마다 동일하게 분명하게 적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