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세습 우상화 공헌 인물…'실세' 김여정보다도 먼저 호명
선전선동부장 복귀 관측…박광호 부재 탓 '임시 투입' 분석도


북한 선전선동계의 대부로 알려진 김기남(90) 전 노동당 부위원장이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공식행사의 '상석'에 자리를 잡으며 컴백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전날 개최된 북한 친선예술단 환송행사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하며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인 김기남 동지, 김여정 동지, 권혁봉 동지, 리창근 동지, 문화상 박춘남 동지, 관계 일꾼들이 평양역에서 중국 방문의 길에 오른 예술대표단을 전송하였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김기남이 가장 먼저, 그것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선전선동부의 핵심 실세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보다 앞서서 호명됐다는 점이다.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에서도 김기남은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예술대표단을 인솔하는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악수를 했다.

김 제1부부장은 그다음에 자리를 잡았다.
'北 선전선동 대부' 김기남 컴백…박광호 부재 영향 추정
김기남은 1960년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책임주필, 1990년대 선전선동부장과 선전 담당 비서로 활동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에 공헌한 인물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자신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 2017년 10월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주석단 명단에 배제되며 당 부위원장과 전선동부장의 직책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국무위원회에서도 배제됐고, 일선에서 물러나 선전선동부에서 고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남은 앞서 지난해 12월 초 사망한 김철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의 빈소를 찾은 모습이 조선중앙TV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북한 매체가 별도로 호명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 환송행사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호명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시 선전선동부장으로 복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남이 북한 매체에 다시 등장한 시점이 그의 후임이자 현 선전선동부장으로 알려진 박광호 당 부위원장이 '자취'를 감춘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작년 11월 3일(중앙통신 보도일 기준) 중국 예술인 대표단 환영 연회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24일 현재 83일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신병 이상설이 나돌고 있다.

다만 김기남이 올해 구순의 원로인 데다, 김정은 체제 들어 젊은 세대로의 인사교체가 이뤄지는 흐름인 점을 고려하면 공식 직함보다는 박 부위원장의 부재로 임시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기남은 선전선동 분야에서 탁월한 노하우가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이라며 "북한이 신년사 과업 제시 등으로 현재 선전선동부의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박광호의 부재를 대체하고, 김여정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임시 투입 혹은 대행체제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北 선전선동 대부' 김기남 컴백…박광호 부재 영향 추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