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엘리트 교육 방식 전면 재검토…성폭력 실태 철저히 조사"조정식 "민관학협의체 구성해 사회적 합의", 안민석 "청문회 개최 필요"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4일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민주당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체육계의 성폭력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은 물론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교육방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유 부총리는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구성될 조사단과 긴밀히 협조해 학생 선수에 대한 폭력, 성폭력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학교 운동부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도종환 문체부 장관도 "체육계 성폭력의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지속된 엘리트주의에 있었다"며 "여론이 잠잠해진다고 흐지부지돼서는 안 되며 당정청이 함께 손을 맞잡고 체육계 엘리트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도 장관은 "별도 법인으로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며 "선수가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성적주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개선은 꾸준히 논의됐지만, 체육계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과제로 남았다"며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운동에만 집중하는 메달 지상주의도 근절해야 한다"면서 "민관학협의체 등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해 체육계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사건이 터진 지 10일이 지났지만, 국회는 무기력하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 관련 상임위원장으로서 죄송하다"며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에 집중하는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안 의원은 "지금 전명규 교수나 대한체육회에 제기되는 여러 의혹과 책임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낱낱이 따져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제도 개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이 국면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안 의원은 이어 "한국 체육계 변화는 대한체육회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대한체육회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우선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체육계 성폭력 근절 방안이 단기 대책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그는 "피해자가 불이익이나 2차 피해의 두려움 없이 피해를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체계를 재점검하겠다"며 "오늘 논의되는 여러 법뿐 아니라 이미 발의된 관련 법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연합뉴스
도교육청, 대면 상담. 도, 피해접수…합숙훈련 개선방안 논의최근 체육계에서 폭력·성폭력 피해 증언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제주지역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상담 등 전수조사가 이뤄진다.제주도교육청은 15일부터 25일까지 도내 모든 초·중·고교 운동부 87곳의 선수 850여명을 대상으로 대면 상담을 하기로 했다.도교육청은 상담교사와 보건교사, 담임교사 등으로 상담팀을 구성해 선수들 한 명씩 불러 상담하고 피해 사실이 있는지도 전수조사할 예정이다.도교육청은 이번 상담 및 전수조사 결과를 내달 중순까지 분석한 후 필요하다면 피해 학생들을 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생건강증진센터 돌봄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또 체육지도자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해 학교운영위원회 재임용 심사 등에 참고하도록 할 방침이다.도교육청은 학부모 동의 없이 합숙 훈련에 참여하도록 하는 행위 등 학교 운동부 운영 상황 전반에 걸쳐 점검도 하고 있다.제주도 역시 체육계 폭력·성폭력에 대한 정부 대책에 보조를 맞춰 고충 처리 시스템을 마련해 폭력 피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도는 지도자와 선수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철저히 시행하고 주기적으로 선수를 대상으로 한 폭력 피해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할 계획이다.도는 또 합숙 훈련이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져 폭력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합숙 훈련 방법에 대해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연합뉴스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가 성폭력 경험을 고백했다. 손경이 대표는 15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나도 성폭행 피해자"라며 "과거의 기억 때문에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손경이 대표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등을 집필한 성교육 전문가다. tvN '어쩌다 어른' 등을 통해 선보인 성교육, 젠더교육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손경이 대표는 "잊고 지내다가 16년 전 초등학교 강의를 갔다가 한 학생을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며 "그때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소리지르라'고 가르쳤는데, 한 학생이 '소리 못 지른다. 알고 얘기하는 거냐. 내가 피해자다'라고 하더라"라고 입을 열었다. 손경이 대표는 "과거 기억이 올라오면서 저도 심리 치료를 받았다"며 "치료를 받다보니 더 기억이 났다. 저는 납치였다"고 그때의 일을 털어 놓았다. 손경이 대표는 "4박5일 동안 감금 상태였다.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죽이라고 했다"며 "마지막 날 운 좋게 도망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제 카드를 써서 경찰들과 잠복했는데,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찰들이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열심히 노력한 걸 봐서 후회는 없다"고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폭행 뿐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도 고백했다. 손경이 대표는 "무시도 폭력"이라며 "그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제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결국 가정폭력으로 신고했다. 한 번은 피해자로, 한 번은 가해자로 두 번 법정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손경이 대표는 "판사님의 '당신은 처음부터 피해자였다'는 한 마디에 이길 수 있었다"며 "세상은 바뀌었고, 침묵할수록 세상은 악순환이 된다. 선순환되려면 수면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 놓을 것을 독려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