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23일 국회에서 의원연구모임 ‘핵포럼’ 주최로 열린 ‘미·북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주먹을 쥔 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23일 국회에서 의원연구모임 ‘핵포럼’ 주최로 열린 ‘미·북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주먹을 쥔 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안보와 경제 현안에 대해 과감한 견해를 밝히는가 하면 네거티브 공세도 적극 차단에 나섰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미·북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향’ 세미나에는 당권 선두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현역 당권 도전자인 안상수 김진태 의원도 함께했다. 후보들이 네 명이나 눈도장을 찍으러 등장하자 전당대회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 전 시장은 인사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서 핵개발에 대한 논의가 촉발돼야 한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지난해 한국당 내에서 촉발됐던 ‘전술핵 무장론’보다 몇 배는 센 발언이었다.

황 전 총리는 병역면제 등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에 대해 “저는 흙수저 출신으로 병역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가정이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후발주자들도 속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안 의원은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가 당대표를 맡게 된다면 향후 당은 대선 후보들의 각축장이 되고 갈등은 격화돼 최악의 경우 분당의 우려까지 있다”고 주장, 오 전 시장과 황 전 총리를 동시에 겨냥했다.

강성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진태 의원은 국회 앞마당에서 수백 명의 지지자가 운집한 가운데 출마선언식을 여는 등 ‘세과시’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홍준표 전 대표도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0일 열릴 그의 출판기념회에서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홍 전 대표 측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주호영 의원 등 TK(대구·경북)계 당권주자들과 연대한 ‘후보단일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여부에 대해 확실한 언급이 없었던 ‘거물급’도 후보 등록 날짜가 내달 12일로 다가오면서 조만간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김무성 의원은 “전당대회가 화합과 통합의 자리가 돼야 하는데, 단일지도체제로 채택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재 당권을 움켜쥐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당이 미래로 가느냐 과거로 가느냐, 2020년 총선 등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정리됐다”며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일(24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력하게 부인하던 두 사람이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지도부는 지금까지 계파를 희석시키기 위해 비대위가 해왔던 여러 노력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나서서라도 본격화되고 있는 계파갈등 구도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갈등과 분열의 작은 불씨라도 제가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