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문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이에요.”

17일 울산시청에 마련된 ‘수소경제 전시’를 관람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미래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수소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데 이어 ‘수소차 홍보모델’을 자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새해 첫 지역경제 투어 일정으로 울산을 찾은 것은 수소경제에 대한 강한 의지의 반영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의 방문을 희망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울산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산업 육성을 주제로 지역경제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수소차 관련 세부적인 기술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의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수소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미세먼지 관련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기업이 주도한 신기술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된 사례도 문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다. 수소탱크를 써서 장시간 공중에서 활용 가능한 자이언트 드론의 상용화 시기 등에 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수소활용 연료전지 전시관을 방문한 자리에선 전희권 에스퓨얼셀 대표에게서 수소발전시스템 설명을 듣고 나서 스마트 시티와의 연계 가능성을 물었다.

문 대통령의 수소차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체질을 ‘추격형’이 아니라 ‘선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구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초만 해도 수소전기차보다 순수 전기차에 무게를 뒀다.

집권 초인 2017년 7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 당시 문 대통령은 “그동안 차세대 자동차 하면 약간 수소차 쪽에 비중을 뒀다”며 “전기차 부문에 집중하면 배터리 기술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자율주행차 시승 현장에서도 “올해부터는 아주 빠르게 (전기차) 보급을 늘려 2030년에는 300만 대 전기차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전기차에 대해서는 “그와 함께 수소차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 선진국을 따라가는 경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앞선 수소전기차 분야를 더욱 육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첫 지역경제 투어 현장으로 울산을 택한 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소통 폭도 넓히고 있다. 이날 현지 기업인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기업인이 정부의 벤처정책이 수도권과 지역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와닿는 말”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울산 방문을 마친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업은 신나게 새 제품을 만들고 신기술, 신산업이 활성화되면 한국 경제의 활력도 돌아올 것”이라며 “책상 속에 넣어뒀던 혁신을 모두 꺼내주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