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요구 경청하며 "미세먼지 아이디어 듣고 싶어" 주문도
최태원 "실패 용인돼야", 문대통령 "실패할 수 있는 과제 과감히 지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도 제안…남북경협 등 주제로도 자유롭게 토론
靑에 민원 쏟아낸 기업들…이재용 "좋은 일자리가 기업 의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중견기업인 간 대화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기업인들은 격의 없이 이뤄진 대화 속에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요구들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간담회 사회를 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청와대와 정부 참석자들을 향해 "불편한 얘기가 있더라도 경청해주시길 부탁한다"며 소통 분위기를 조성하자 기업인들은 앞다퉈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기업인들의 요구는 특히 규제개혁 부문에 집중됐다.

가장 먼저 발언한 KT 황창규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는 '쌀'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풀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이에 실패하면 규제를 자동 폐지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법·제도는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는 포지티브 방식이라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를 '무엇은 안 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가 실현되면 제한적으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경과를 봐서 최대한 규제 체계를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공무원이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것 외에 행정적인 행위를 할 경우 나중에 감사원에서 '왜 근거 없는 행정을 했느냐'라고 문책해 소극적 행정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감사원에 협조를 구해 소극적 행정을 문책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靑에 민원 쏟아낸 기업들…이재용 "좋은 일자리가 기업 의무"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 조건으로 ▲ 실패에 대한 용납 ▲ 혁신성장의 산업화를 위한 비용 절감 환경 조성 ▲ 최고의 인력이 접근하는 환경 조성을 제시했다.

손경식 CJ 회장 역시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도 작동 중인 상황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며 "기업이 투자 확대에 매진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 회장)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제에 과감하게 연구·개발 자금을 배분하는 등 실패를 성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부처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을 향해 기업인들도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해 국민에게 송구하나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됐다고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며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하는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며 "설비·기술·투자 등에 노력해 내년에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얘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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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에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며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첨단산업뿐 아니라 전통산업도 체질을 개선하도록 선도해 가겠다"며 "정부가 기업 의견을 좀 더 경청해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서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출인데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협력사와의 상생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 회사도 협력사들에 1조7천억 원을 지원해 협력사와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이 미세먼지 문제 대책 중 하나로 꼽히는 전기·수소차 등 개발 계획을 밝히자 잠시 대화의 주제가 미세먼지로 옮겨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3일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며 "평균 수치는 작년보다 개선됐으나 심한 날의 수치가 더 악화해 국민 체감도는 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 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라며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업 차원의 대책이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우 상주상의 회장은 "질소산화물을 질소로 필터 관리해 공기를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미세먼지 국내 요인이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인들은 최저임금 및 주52시간 근무시간 도입 관련 민원도 빼놓지 않았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52시간 근무도 권장은 하되 법적으로 일괄해 금지하는 것은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와 맞물려 남북 경협 문제와 관련한 제안도 나왔다.

박용후 성남상의 회장은 "북한은 중국과 우호 관계가 있어 남한과 경협보다 중국 동북 3성과 경협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성연락사무소를 적극 활용해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남북 경협은 국제 경제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데 제재가 풀리면 북한에 대한 투자,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또 "그래서 제재가 풀리기 전에라도 조사·연구를 선행하고 표준화 등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의 (경협) 준비 작업이 선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