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핵무기 생산을 확대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0년엔 북한의 핵무기 수가 최대 100개까지 증가, 이스라엘(약 80개)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경고다. 일본 내에서도 핵 보유국으로서의 북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15일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정권과 군)은 적’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블룸버그 "北 핵무기 내년 100개"…韓 국방백서는 '북한=敵' 삭제
북한 비핵화, 의문은 커지는데…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조용히 발전되다, 트럼프에 대한 압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북한의 핵폭탄이 15개 안팎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위성사진 분석과 정보당국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핵실험 중단 이후에도 로켓과 핵탄두를 빠르게 대량 생산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직후인 5월 말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총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한 장소다. 이를 두고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핵 실험을 중단했을 뿐 핵 동결을 이행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기구인 군축협회는 지난해 북한이 연간 6∼7개 이상의 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핵 분열물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추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긴 하지만, 2020년까지 (북한의) 핵탄두 규모가 20~100개에 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확산 전문가인 멀리사 해넘은 “그들(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둔화하거나 멈췄다는 징후는 없다”며 “오히려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고서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함해)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두 곳을 계속 가동해 왔다는 걸 보여줬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핵 능력 파악도 안돼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의구심은 일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주일 미군사령부(USFJ)는 지난달 말 제작한 동영상에서 북한을 핵 보유 선언국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5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야와 일본의 우려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라는 최종 목표를 제시하면서 핵 동결 같은 초기·중기 목표를 협상 의제에 올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 능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국방부는 북한 핵 능력과 관련해 2016년 때와 동일한 평가를 담았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여㎏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농축우라늄(HEU)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을 생산, 실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실험은 이미 중단했으므로 핵 동결과 비확산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로 제시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은 기존 핵무기 폐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두 번째 회담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북한을 암묵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동휘 기자/주용석=워싱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