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조용히 발전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핵 무기 생산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한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조용히 진전되면서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위성사진 분석과 정보당국의 말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핵 실험 중단 이후에도 로켓과 핵탄두를 빠르게 대량생산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 군비통제단체는 북한이 핵폭탄 6개를 추가 생산하는데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확보했으며 북한의 핵무기 수는 총 20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 정부기구인 군축협회는 지난해 북한이 최소 15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6∼7개 이상의 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추산한바 있다.

미 NBC방송도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멈춘 건 정책 변경이 아니라 연구·개발에서 대량 생산으로 넘어간데 따른 것으로, 현재 속도라면 2020년에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작년말 보도했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북한은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핵 무기는 80개 가량으로 추정된다. 비확산 전문가인 멀리사 해넘은 “그들(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둔화하거나 멈췄다는 징후는 없다”며 “오히려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고서들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2곳을 계속 가동해왔다는 걸 보여준 바 있다”며 “1곳은 영변 핵 시설 근처에 있고, 다른 하나는 가스 원심분리기 시설로 의심되는 곳”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공장을 여전히 가동하고 있으며 고체연료 추진 로켓 공장과 장거리 미사일 지하기지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론 보도는 2차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ICBM을 생산한 나라 가운데 재진입체를 만드는 문제에 가로막힌 곳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분위기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전날 뉴욕에서 한국의 여야 국회 위원들로 구성된 ‘국회 한·미동맹 강화 사절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진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번째)만남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그동안 북한 지도자들이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결국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실천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미국과 북한의 1대 1 회담은 북한에 주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