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조사 절차와 범위 등을 규정한 ‘행정조사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2007년이다. 학계에서는 “경제 환경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 김종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행정조사에 따른 ‘피조사자 권익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이달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법제실 검토도 마쳤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지도부에서 기업 활력과 규제 완화 차원에서 ‘당 중점 추진법안’으로 올릴 예정”이라며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공무원 대상 휴대폰 사찰 등의 사건을 계기로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사 거부권 보장…미리 고지해야
개정법안에는 조사권 남용 금지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피조사자는 공무원·민간인을 막론하고 자발적 협조에 따른 행정조사의 경우 ‘조사 거부권’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사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조사 거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징역 2년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양형 기준도 마련됐다. 피조사자가 조사거부권이 있음을 행정기관이 미리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했다. 자료 제출 요구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도록 했다.

기존 행정조사기본법에도 과잉조사 금지, 피조사자 보호 등의 원칙은 담겨 있다. 하지만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조사에 있어서는 이 법의 예외 적용을 받아왔다. 국무총리실 등이 별도로 이들 기관의 행정조사 실적을 전수조사하지 못하는 이유다. 법 개정안에는 이들 기관도 고스란히 법 적용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도록 규정했다.

김 의원은 “공정거래 및 하도급·조세 등의 분야는 권익 침해 우려가 큰 분야이므로 반드시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 행정조사기본법은 법률이 제정된 이후 피조사자 권익 보호 기능이 매우 미흡하다”며 “사회 변화에 맞춰 피조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 중심의 행정조사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민간기업 외에 감찰이라는 이유로 사생활 조사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공무원을 보호하는 역할도 할 전망이다. 청와대 특감반 및 총리실 산하 공직기강 조사부서도 이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김 의원 측은 “청와대의 무소불위 권력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공직자 휴대폰 감찰과 이를 활용한 별건 조사 등에 대해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