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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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자 상징과도 같은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및 청와대 개방 이행 보류를 발표했다. 지난 4일, 금요일 오후 4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었다. 마감이 임박한 늦은 시간 나온 ‘깜짝 발표’에 기자들은 이 사실을 허겁지겁 지면에 반영해야 했다. 토요일 지면을 만들지 않는 신문은 발표 사흘이 지나서야 지면에 내용을 올렸다. 청와대를 향한 야권의 비판도 타이밍을 잃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야권은 청와대 발표 하루가 지난 5일에서야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놨다.

청와대가 발표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금요일에 유독 인사, 공약 철회 등 정부에 불리한 발표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관련 발표는 지난해 전체 19건 중 절반에 육박하는 9건이 금요일에 이뤄졌다. 금요일 발표된 인사 중에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인선 발표 후 야당의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에 대한 하마평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무성했지만 청와대는 일주일여가 지난 9일에서야 이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경제 사령탑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한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 장관은 지명되자마자 위장전입과 아파트 다운계약서 문제가 불거져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고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이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결국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조 장관에 대한 임명을 지난해 11월9일 강행했다. 이 역시 금요일이었다.

청와대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잔여 발사대 배치 관련 입장 등을 모두 금요일에 발표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017년 10월20일 금요일에 원전건설 재개 결론을 내리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즉각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과 대통령 당선 이후로도 꾸준히 내세웠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해 9월8일 사드 잔여 발사대를 임시배치하고 이에 대한 입장문을 내면서 후보시절 국방 분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추진 공약을 사실상 파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