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내주 한국당 입당…당권 도전 공식화
황교안 전 국무총리(사진)가 11일 자유한국당 입당을 공식화했다. 다음달 27일 치러질 예정인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불과 두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입당을 선언,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거쳐 내주 초 입당원서를 낼 예정이다.

“黃 먼저 연락와 입당 타진”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황 전 총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황 전 총리가 입당 의사를 밝혔고, 시기는 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당대회 출마 언급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선 당적 확보가 필수적인 데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을 때로 입당 시기를 맞췄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전대 출마 의사를 굳혔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황 전 총리는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과 옛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대주주’ 격인 이들의 세를 규합한다면 단숨에 차기 당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황 전 총리가 전격 입당을 결정한 것은 최근 범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등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4일, 26~28일 전국 성인 2011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13.9%)와 황 전 총리(13.5%)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강력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미 입당해 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라는 당직을 갖고 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모두 등판하면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대리전을 방불케 하는 ‘양자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립 성향인 정우택 의원은 당권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 심재철 조경태 주호영 의원 등도 당권 경쟁에 가담, 전당대회가 ‘빅 이벤트’로 판이 커질 전망이다.

관건은 ‘게임의 룰’

한국당은 전당대회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 ‘룰(규칙)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차기 당권을 1인 대표의 리더십을 강화한 ‘단일성 지도체제’로 할 것인지, 리더십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고 만장일치제로 당을 이끌어나가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할지를 두고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전자는 홍준표 전 대표 때, 후자는 김무성 전 대표 때 채택됐다.

두 체제는 선출 방식도 전혀 다르다. 단일성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집단지도체제는 모든 후보자를 득표 순으로 나열해 1위가 당 대표를 맡고, 2~4위를 최고위원으로 낙점하는 방식이다.

한국당이 ‘집안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차기 공천권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 때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견제로 그가 원한 ‘100% 상향식 공천’을 시행하지 못했다. 반면 홍 전 대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일부 경선지역을 제외하고 공천권을 전면에서 휘둘렀다.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 입장을 당장 밝히지 않고 입당부터 타진한 것은 이 같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 측이 일단 한국당 안에 들어와 있어야 전대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을 고려해 단일성 지도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