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아인혼 前 美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

北 완전한 비핵화엔 시간 걸려
우선 北核 능력부터 동결시켜야
핵 10여개 美에 넘기면 중대진전
"2차 미·북 정상회담 성과 내려면…北, 영변외 核시설 모두 신고해야"

북핵 전문가인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현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사진)는 9일(현지시간) 2차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보려면 “북한의 핵 능력부터 동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김정은이 취한 조치는 대단한 게 아니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계적 과정이란 걸 깨달아야 하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핵시설도 모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영변 외에 의지할 핵시설이 없었다면 그런 제안을 안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에 대해서도 “비핵화 전에는 어떤 제재 완화도 없다는 태도만 고수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최종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여야 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며 “우선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과도기적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검증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 10개가량을 미국에 넘기면 중대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무기 목록을 신고하면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믿을 수 없는 만큼 검증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미국도, 한국도, 일본도 그걸 받아들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과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지난해 6월 열린) 미·북 정상회담의 문제는 진짜 사전준비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막연한 일반론에만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페셔널한(전문적인) 수준의 미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북한은 그걸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관련해선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면서도 “그건 반드시 북한의 실질적인 양보의 대가로 고려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북한 신년사로 볼 때 “김정은은 제재 완화와 군사적 위협 완화를 원하지만 핵무기는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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