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뒤에 있다고 생각하신 분, 책 드신 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사회자로 나서 질문자를 지목했다.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은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겠다는 취지였다.

청와대 본관에서 오전 10시부터 29분가량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문 대통령은 차를 타고 5분 뒤에 회견 장소인 영빈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경막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 앉자마자 “제가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겠다”며 곧바로 문답에 들어갔다.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앉았다.

질문권을 획득하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내외신 기자들은 휴대폰이나 수첩 등을 손에 든 채 경쟁을 벌였다. 이목을 끌기 위해 정장 대신 한복을 입은 기자도 눈에 띄었다. 부산 지역 언론사 기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모자를 준비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과 답변이 나오면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한 기자는 “경제가 얼어붙어 있다.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렸다”며 “새로운 답을 필요로 하진 않을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긴 질문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기자가 방안(답)을 다 말했다”고 답해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책을 빼고 ‘김정은’이라고 여러 차례 부른 것도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기자는 “전용기 기자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도 국내 정치 문제를 묻겠다”고 ‘까칠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국내 현안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질문이었다.

이날 현장에선 기자회견을 전후로 청와대가 직접 선곡한 노래도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김민기의 ‘봉우리’에 대해 “지금의 위기만 넘으면 나아질 거라는 낙관을 말하기보다 닥쳐올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멀리 있는 바다를 향해 봉우리를 함께 넘자는 당부이자 부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