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와 마주앉을 준비 돼…오판 땐 새로운 길 모색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제재와 압박으로 나아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제재 완화 등의 상응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방송된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 의지를 내비쳤다. 김정은은 그러나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협상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김정은은 남북한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외부 전략자산 반입 중단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북과 남이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인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경협 활성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또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 및 중국 등과 다자회담에 나서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신년사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백악관 신년인사를 통해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는 잘하고 있으며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