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신년사 발표장으로 향하는 김여정·조용원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신년사 발표장으로 향하는 김여정·조용원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밝힌데 대해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밝힌 점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의미를 부여했다"면서 "올해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한 역사적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 위원장이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할 용의가 있음도 피력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선포했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가 우리의 불변한 입장이고 확고한 의지"라면서 "민주당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남북 정상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년 초 신년사에 포함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북한의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있을 북미고위급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한다고 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향후 미국의 북 경제제재 완화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지도 사용하지도 이전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마치 대단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현재 핵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의 제재해제와 같은 선제적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심지어 '제재가 지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협박성 엄포까지 내놓았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면서 "핵 리스트 제출과 국제기구의 검증 및 사찰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는데, 이는 수용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라면서 "북이 희망하는 조건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자칫 국제제재 위반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오히려 우리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북한의 이러한 요구에 응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해 신년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미국에 상응조치를 촉구하면서 일방적인 대북 압박 기조가 유지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하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외신은 김정은의 미국의 압력이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발언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공개 요구에 대해선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외신들은 오전 김정은이 신년사를 하자마자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관한 중요한 발언을 중심으로 속보와 긴급 기사를 쏟아내며 큰 관심을 보였다.

AP는 '북한 지도자가 트럼프와 더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큰 판돈이 걸린(high-stakes) 핵 정상회담을 2019년으로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제재와 압박에 대한 북한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를 워싱턴에 전달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