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에 몰린 취재진 (사진=연합뉴스)
기재부에 몰린 취재진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이 자신의 주장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 캡처를 화면에 띄웠다. 김 의원은 ‘영상을 찍은 이유: 먹고 살려고?’라는 부분을 띄운 뒤 "저 사람이 맨 마지막에 저러고 국민을 놀리고 있다. 먹고 살려고 영상을 찍은 사람"이라며 "저 사람이 저런 걸 유튜브에 올린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무책임하게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나온, 술자리 이야기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떻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이 사람의 동영상 화면 위에는 학원 광고가 떠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제가 돈이 없으니까 저에게 후원을 해달라’고 한다"며 "KT&G에 대한 이런 영상을 보고 세상이 한 번 떠들썩하게 누군가가 덥썩 문다. 여기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스타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서 메가스터디에 들어간다는 이 사람의 말은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나간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양심을 건 폭로 중에서 ‘먹고 살려고’라는 부분만 캡처를 걸고 ‘취중 얘기 수준’이라고 운운했다"며 "내부 고발, 양심 선언을 하기 위해서 그 어렵사리 붙은 행정고시를, 그 직을 포기하고 나와서 서슬 퍼런 정권의 그 불법 비위를 폭로하는 사람을 그렇게 매도를 하나"라고 했다.

한편 한국경제신문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신 씨의 아버지 신모씨(71)는 "아들이 기재부에 가고 나서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한다’고 말하면서 즐거워만 했다"며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족)도 어제 저녁에 TV를 보고 처음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아내는 충격을 받아서 앓아 누웠고 나도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아들에 대해 신뢰를 보였다. 그는 아들에 대해서 "FM스타일(정석대로 일처리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신 씨는 "재민이는 언제나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다"며 "(유튜브 폭로) 크게 문제가 돼서 걱정도 되지만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04학번인 신 전 사무관은 학창 시절 교육봉사 동아리 ‘운화회’에서 야학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30일 유튜브 채널에 ‘내가 기획재정부를 나온 이유’라는 동영상을 올리고 KT&G와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는 데에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고려대 온라인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조7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KT&G 문건을 유출한 것이 국가공무원상 비밀유지업무 위반이라면 처벌받겠다"며 "KT&G 건을 제보한 것은 청와대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국가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기업은행은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에 반대했지만 표 대결 끝에 연임이 가결된 바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사직 후 공무원 학원에서 행정학을 강의하려고 계약했으나 왜 기재부를 나왔는지 강사 신분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없어 미루다 연말이 됐다"면서 "이제 강의하지 않으면 "먹고살 돈이 없어서 굶어 죽을 것 같았다"고 뒤늦게 폭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학원 언급으로 1차 폭로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신 전 사무관은 "야학교사를 하며 "공부방이 있던 창신동에서 공동화장실을 쓰던 아이들을 보며 공무원이 돼서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의식한 듯 "저는 비리나 비위가 없었고,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동기 중에서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직장 생활에) 적응을 못 하거나 일을 잘 못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어 "저는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한다"며 "국민들의 분노를 알고 더 나라다운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오죽 언론이 거짓 선동 날조로 자기 역할을 못하면 양심선언을 유튜브로 하나 (wawp****)", "진짜 애국자다. 5급 사무관이면 그냥 정권의 개가 돼서 국채 한 수백조 찍고 박근혜 적폐라고 말하면 국가재정은 망가져도 본인은 승승장구할텐데 (ltd1****)", "행시 패스한 젊고 앞날이 창창한 사무관이 없는 말 하려고 사직서 냈을까. 당연히 신 사무관을 부모님과 같은 심정으로 지지한다 (creo****)"며 응원했다.

아울러 "정권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신 사무관의 명예와 신변을 위협할텐데 전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신 사무관을 지켜야 한다 (myey****)"는 우려는 물론 "정황상 사실일거라 본다. 상식적으로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을 고발하는 게 본인에게 어떠한 이익도 없는데 거짓으로 부풀리겠나. 머리도 똑똑한 친구인데. 다 깨끗한 척 해도 세금 걷어다가 쇼하며 정치하는 현 정권의 실체다. 한국당도 똑같고 정치인들 다 거기서 거기니 각자 잘 먹고 잘 사는 길 찾는 법 밖에 없다. 정의 같은건 기대하지 말자 (isrd****)"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