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특감반 사찰' 의혹에 정확한 해명 필요 판단…지지율 악재 해소도 고려
문대통령 "제2, 제3의 김용균 막는 게 더 중요" 양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는 31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27일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안건을 조율하기 위한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이 운영위에 나오는 것은 2017년 5월 취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 결국 국회 운영위에, 취임후 처음…與 민생입법 고육책
애초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사태와 관련해 운영위를 소집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 때까지만해도 "국회를 정략적인 정쟁의 장으로 만드는 것 외에 운영위를 열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조 수석 역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 수석이) '검찰이 오늘 청와대를 압수수색했고 수사가 진행 중인데 지금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1차 수사가 종료돼서 사실관계의 윤곽이 드러나면 기꺼이 국회에 가서 충실히 답변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쟁점 현안을 협상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 등 법안 처리와 운영위 소집 및 조 수석의 출석 연계 전략을 고수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블랙리스트가 전 부처에서 어느 정도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서 하나씩 밝혀진다면 국정조사로 갈 수밖에 없다"며 '확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끝내 한국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복잡한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당청 지지율이 정권 교체 후 최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야당이 끈질기게 제기한 사찰 의혹이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만큼 당사자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조 수석 출석 여부 때문에 협상을 매듭짓지 못해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게 되면 야당보다 여당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었다.

아울러 민주당은 조 수석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을 적극 응원해온 '우군' 정의당마저 그의 운영위 출석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압박 여론이 형성된 데에도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원내 지도부 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이날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명분도 가졌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원내대표가 어제부터 청와대와 많은 얘기를 했다"며 "어제 상임위원장과 간사단 회의에서도 운영위 소집에 소극적으로 임할 게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셔서 임 실장과 조 수석이 운영위에 출석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나오는 것은 1988년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서 2003년 10월 6일 법사위의 대검 국감과 이튿날 재경위의 예금보험공사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듬해 1월 19일 운영위 현안보고에도 출석했다.

나머지 두 차례는 김대중정부 당시 신광옥 민정수석과 노무현정부 당시 전해철 민정수석의 국감 출석이었다.

박근혜정부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은 여야 합의로 운영위 출석이 결정됐으나,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결국 국회에 나오지 않아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국 결국 국회 운영위에, 취임후 처음…與 민생입법 고육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