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정보수집 업무까지 정치적으로 매도하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최근 이어지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 ‘진흙탕 싸움’을 놓고 일선 경찰들은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 수사관이 일했던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도 현재 적지 않은 경찰관들이 파견 근무 중이어서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3일 “청와대 특감반과 공직기강비서관실, 국정상황실 등 청와대 관련 부서에 파견돼 근무 중인 경찰관들이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파견 직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업무를 수행 중인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서 정보과 수사관들도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일선 정보 경찰들은 자신의 업무가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토로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과의 한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은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거나 이미 임명된 공직자에 대한 ‘복무 점검’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평 청취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며 “당사자에겐 충분히 사찰로 비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소속 정보관도 “범죄 첩보가 순수한 공익 제보에서 시작되는 건 10%가 채 안 된다”며 “대부분 인사 불만이나 (특정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하는데 대형 비리를 낚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