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내쫓겠다는 與의원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서명
지도부와 상의 없이 '집단행동'

김용범은 의원들에 눈엣가시?
삼바 거래 재개·인터넷銀 도입 등 소신행보에 "업계 대변하나" 비판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과 충돌

전해철 "대통령이 임명했는데, 與의원이 끌어내려선 안돼" 비판
'與에 복종하란 건가' 금융위 당혹
"금융위 부위원장 잘라라" 연판장 돌린 與의원 20여명 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20여 명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사진)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판장’에 서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판장은 여당 지도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여당 지도부조차도 소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권한을 넘어선 ‘집단행동’ 시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 겨냥한 집단행동

"금융위 부위원장 잘라라" 연판장 돌린 與의원 20여명 왜?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용진·제윤경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0여 명은 최근 김 부위원장 교체를 요구하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다. 이 문서는 청와대 제출 직전 당내 의원들의 만류로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 의원을 중심으로 한 김 부위원장 교체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도 아니고 여당 의원들이 차관급 인사 교체를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한 건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옛 재무부와 금융위에서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다. 지난 14일 단행된 대규모 차관급 물갈이 인사에서도 유임돼 청와대의 재신임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부임 후 시민단체 출신 여당 의원들과 여러 차례 부딪쳤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제재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과정 등에서 기업 편에 서서 업계를 대변했다는 비판에 몰렸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사)’ 출신 관료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특히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증권선물위원회가 모른 척 넘어가려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증선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결정타는 분식회계 의혹을 최종 판단하는 금융위 감리위원회와 증선위 회의가 여덟 차례 열렸음에도 증선위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 “미흡한 부분을 다시 감리해 오라”는 재조사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근거)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위의 ‘비호’를 받고 또다시 무혐의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며 “더 이상 김 부위원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 재개 결정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여당 내에서 제기됐다. 김 부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거래소에서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실질심사를 받은 16개 회사 가운데 상장폐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 게 거래 재개를 위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지침)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완화와 특정 기업에 대한 인가 특혜 등을 두고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법과 상관없이 여당에 복종하나” 불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의원들도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친문 핵심이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대통령 인사권에 관한 사안인데 여당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원회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차원에서 건의한 건 아니다”며 “권한을 넘어선 행동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판장에 서명한 민주당 정무위 위원은 한두 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적법한 절차를 따라도 여당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든 교체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질타하지만 정작 규제개혁 작업을 선제적으로 주도하면 ‘기업의 앞잡이’란 비아냥거림만 돌아온다”며 “관료 사회가 더욱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강경민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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