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기숙사비·생활비 등 北에 1년 체류하는데 1천630만원"
'1년 학비 400만원에 기숙사 생활'…외국인의 北김일성대 유학기
북한에서 외국인이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북한 최고 명문으로 평가받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호주인 알렉 시글리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평양에서의 일상을 기록해 올리고 있다.

올해 4월부터 평양에 둥지를 튼 시글리씨는 소규모 북한 전문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서 버는 돈만으로는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시글리씨가 한 해에 김일성대에 내는 수업료는 3천500달러(393만원)고, 기숙사비는 한 학기당 1천500달러(169만원)다.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 생활비, 비자 수수료, 비행기 푯값 등을 합치면 외국인으로서 평양에 1년간 체류하는 데 드는 돈은 1만4천500달러(1천629만원)라고 한다.

외국인이 미국 대학을 다닐 때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적은 돈이지만, 북한의 경제 수준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다.

미국 SAT를 관리·감독하는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미국 4년제 공립대학에 외국인이 다니려면 수업료와 하숙비를 포함해 평균 3만5천420달러(4천만원)가 필요하다.

시글리씨 최근 후원금 모집사이트에 글을 올려 이러한 사정을 알리고 펀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일성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은 현재 60여명으로 외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에 머물고 있다고 소개했다.

총 12층짜리 기숙사 1∼3층에는 커피숍, 이발소, 세탁소, 헬스장 등 편의시설이 있으며 이곳은 김일성대 학생이 아닌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고 한다.

유학생들은 4∼8층에 있는 방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층에 있는 방들은 비어있는 상태다.

김일성대에 다니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행사에 초청되는 혜택을 받기도 했다.

북한에 주재하는 국제기관이 적지 않지만, 기념행사에는 수장들만 초청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행운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시글리씨는 행사장에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카메라, 지갑, 열쇠 등 그 어떤 것도 지참하지 못하도록 통제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4월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조선중앙TV로 지켜봤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위기에 놓였을 때는 북한 대학생들이 시글리씨에게 새로운 뉴스를 들은 게 없는지 물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당시 그는 일반 북한주민들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서 메신저 왓츠앱(WhatsApp)으로 친구들에게 관련 기사를 전달받고 있었다.

호주국립대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했다는 시글리씨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서강대에 다니며 서울에서도 1년간 생활한 적이 있다.

그는 김일성대에서 석사과정 두 학기를 마쳤으며, 앞으로 두 학기를 더 다니고 박사과정에 진학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