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광, 직위 이용해 마오타이 모아 판매점 4곳 차려 현금화

중국 당국의 '사정 칼날'에 쓰러진 왕샤오광(王曉光) 전 구이저우(貴州)성 부성장은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茅台)를 부정한 방법으로 모아 판매하다 낙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이저우성 공산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부성장을 지낸 왕샤오광은 올해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에 의해 낙마한 '호랑이급' 부패 관료 가운데 한명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중국의 쓰촨(四川)일보를 인용해 왕샤오광의 마오타이에 얽힌 비리 혐의를 상세히 보도했다.
中구이저우 부성장 낙마 알고보니…마오타이 부정하게 모아 판매
왕샤오광은 중국 공산당이 작년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슈퍼 사정기관'인 국가감찰위원회를 발족시킨 후 이 기구에 의해 적발된 첫 번째 '호랑이급' 인사였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지난 4월 1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왕샤오광이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기율 심사와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왕샤오광은 지난 9월 당적이 발탁당하고 두 달 뒤인 11월에는 충칭(重慶)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국가감찰위원회는 당시 왕샤오광이 '호화로운 연회에 빠지고 호사스럽게 생활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혐의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다.

지난 11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왕샤오광이 뇌물, 횡령,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쓰촨일보가 입수한 국가감찰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왕샤오광은 연회가 있을 때마다 부하들에게 구이저우성의 명주인 마오타이를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개봉하지 않은 마오타이를 집으로 가져갔다.

평균적으로 공식적인 연회에 사용되는 진품 마오타이는 1병당 1천300위안(21만원)이 넘는다.

반부패 보고서에 따르면 왕샤오광의 부인은 사정 당국의 적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쌓아놓은 마오타이를 쏟아 버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왕샤오광이 낙마하기 6개월 전 그의 아내는 비싼 마오타이 수백 병을 배수구에 쏟아부었다"면서 "왕샤오광 부부가 버린 마오타이의 양이 수십만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왕샤오광은 뇌물로 받은 마오타이를 제외하더라도 직위를 이용해, 한 달에 평균 마오타이 50병 정도를 공짜로 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렇게 모은 마오타이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구이저우성 성도인 구이양(貴陽) 시내에 마오타이 판매점 4곳을 차렸다.

이 매장들은 모두 친척들이 운영했다.

그는 장사가 잘 안될 때는 부하들에게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마오타이를 사도록 강요하기까지 했다.

모든 정품 마오타이는 바코드가 있기 때문에 구이저우성의 몇몇 관료들은 자신들이 왕샤오광에게 사준 마오타이가 다시 시장에 유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왕샤오광은 준이(遵義)시 당위원회 서기와 시장을 지낸 적도 있다.

준이시는 마오타이주 생산지역을 관할한다.

중국에서는 마오타이와 관련한 비리에 연루되는 공직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마오타이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생산량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마오타이를 비롯한 중국 바이주(白酒) 업체들이 세계 증류주 브랜드 가치에서 '톱3'에 올랐다.

영국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세계 톱 50 증류주 랭킹'에서 마오타이는 브랜드 가치가 212억 달러(약 24조원)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역시 중국의 바이주인 우량예(五粮液)와 양허(洋河)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