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반납하며 7일 이내 요청하면 가능…포장 개봉은 제품 훼손 아냐
"모든 휴대전화 계약서에 청약철회 효과 누락…과태료 규모 상당할 것"


A씨는 최근 대리점에서 할부로 구매한 지 30분밖에 안 된 스마트폰을 반품하려다가 큰 불편을 겪었다.

개통 과정에서 대리점 직원은 자신이 스마트폰을 개봉했음에도 '제품 개봉 후에는 안 된다'며 반품을 거절했다.

대리점 직원이 강하게 나오자 A씨는 통신사와 직접 상담을 시도했다.

고객센터 상담원은 "오늘 안으로 대리점에서 연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그 이후 상담원이나 상위 직급 직원에게 대리점 관리자와 할부 청약철회 담당자를 연결해 달라고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정위 "단순변심으로 포장 뜯은 스마트폰도 개통 철회 가능"
◇ 포장 제거는 할부거래법상 제품 훼손 아냐…개통 철회 가능
공정거래위원회는 A씨와 같은 불만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실태 조사를 벌이고 이를 토대로 18일 소비자 유의 사항을 발표했다.

상당수 판매업자는 '개통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는 청약철회 예외 품목이다'라는 이유를 들며 청약철회를 거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업자는 '서비스센터에서 제품 결함이 있다는 교품증을 받아오면 개통 철회를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 변심 사유로는 교품증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업자들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단순 변심이라고 해도 가능하다.

휴대전화는 자동차나 설치된 보일러와 같은 청약철회 제외품목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A씨와 같이 포장이 뜯긴 경우도 마찬가지로 청약철회 대상이다.

법은 소비자 책임으로 제품이 훼손됐다면 청약철회가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포장을 뜯은 것이 제품 훼손은 아니라는 점도 법에 나와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계약서와 관련한 문제점도 컸다.

모든 휴대전화 할부 계약서에는 청약철회 효과가 기기를 반납할 때 발생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지 않았다.

단순히 의사만 밝혀서는 효과가 없고 기기 반납을 해야 한다는 점은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항이지만 계약서에는 없는 것이다.

일부 계약서에는 할부원금, 월 납부액, 할부 수수료 등 필수 내용이 공란 처리된 경우도 발견됐다.

어떤 대리점은 개통 이후나, 소비자가 요청했을 때만 계약서를 발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 "단순변심으로 포장 뜯은 스마트폰도 개통 철회 가능"
◇ 개통 과정에 신중하게…공정위 "대리점 계약서 과태료 부과"
소비자들이 청약을 철회하는 주요 사유는 계약 단계에서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거짓 안내를 받아서 불만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폰팔이'라는 비하적 표현이 널리 쓰일 정도다.

만약 청약 7일 이내에 휴대전화 개통 철회를 하려면 우체국을 통해 내용증명 방식으로 기기를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무엇보다 개통 과정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통 철회 조건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례에서는 청약철회를 위해 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하는 수가 있고, 철회된다고 하더라도 소모성 부품 비용, 통신서비스 해지 위약금이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청약철회 효과 사항이 담겨 있지 않은 통신사 계약서와 관련해서는 과태료 부과·징수 권한이 있는 구청과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방침이다.

과태료는 1회 적발 때 100만원, 2회 250만원, 3회 이후 500만원으로 건당 부과된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과태료는 규정상 건당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대리점 휴대전화 할부거래 청약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상당한 금액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과태료 부과·징수 기관에 공정위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