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가상화폐 투기 사회 문제로 비화…유시민 '제2 바다이야기' 경고
靑 "내버려 두면 고스란히 국민 피해…이게 사찰이면 뭘로 정책 만드나"
'비트코인 광풍' 1년 뒤 '민간사찰 의혹' 논란으로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광풍이 1년이 지난 후 엉뚱하게 청와대의 민간 사찰 의혹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다 비위 연루 의혹을 받고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해 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참여정부 인사들 및 가족들의 가상화폐 투자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언론에 제보한 내용이 18일 보도되면서다.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 고진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의 실명까지 거론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반부패비서관실은 가상화폐 보유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피해대책 수립에 꼭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공지 메시지에서 "지난해 가상통화 투기가 과열되며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심지어 참여정부 관련자들이 가상통화에 관여하고 있다는 풍문도 있었다"며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며 정보수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초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에 관여했던 금융감독원 직원이 대책 발표 직전 가상화폐를 매매해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밝혀지자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정부가 지난 (1월)15일 오전 9시에 가상화폐 관련 엠바고 보도자료를 공지하고 9시 40분에 엠바고를 해제했다"며 "이 40분이 작전시간으로, 시간대별 시세 변동을 분석해 보면 엠바고 해제까지 시세차익이 큰 폭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많이 참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런 가운데 금감원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자 이익을 챙기는 사건이 적발된 것을 보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가 결코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제2의 바다이야기'라는 말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TV 프로그램에서 비트코인 열풍을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과 노무현정부 시절 '바다이야기'에 비유하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2006년 불거진 바다이야기는 참여정부를 모태로 한 현 정부의 트라우마다.

당시 국세청에 파견된 직원이 관련 업체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척 연루설까지 나돌면서 '게이트'로 비화했었다.

한명숙 당시 총리가 "사행성 오락을 바로잡지 못했다"며 사과했고, 노 전 대통령도 TV에 나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권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고강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인 것은 가상화폐가 제2의 바다이야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비트코인 광풍' 1년 뒤 '민간사찰 의혹' 논란으로
김 대변인은 "반부패비서관실의 이런 노력이 가상통화 투기근절 특별대책으로 이어졌다"며 "당시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하지 않았다면 그 피해는 수백만명의 학생, 주부, 회사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을 사찰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이런 것을 민간인 사찰이라고 한다면, 무엇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비트코인 광풍' 1년 뒤 '민간사찰 의혹' 논란으로
하지만 민간 인사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이 이뤄진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감찰 활동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날 일부 매체는 김 수사관이 '참여정부 인사 투자동향' 첩보를 보고한 것과 관련,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 문제가 터지는 것을 청와대가 막아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을 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가상화폐 유관 협회 인사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는 있었으나, 이는 정당한 정보수집이며 민간인에 대한 감찰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주요 인사들이 가상화폐 관련 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알아본 것"이라며 "꼭 필요한 조사였다"고 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관련 단체를) 주도하는 인물이 참여정부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 초부터 블록체인협회장을 맡은 진 전 장관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김 대변인의 브리핑 과정에서는 '사찰'의 정의를 두고 김 대변인과 일부 기자 사이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대변인은 "사찰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감반의 활동은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이 사찰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기자는 김 대변인을 향해 "사찰의 특성을 세 가지로 정의했는데 근거가 있나", "언론에는 '민간 사찰을 했다'는 단정적인 표현은 없다.

왜곡한 것 아닌가" 등 취지의 질문을 했다.

김 대변인은 추후 기자들에게 공지 메시지를 통해 민간인 사찰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전달했다.

대법원은 1998년 7월 24일 판결에서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공무원이 법령에 규정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망원 활용·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