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행정회의 설치 개정안에 '사법개혁 후퇴' 논란
여야 모두 비판적…"사법행정 위원 구성·법관 인사 부문 수정해야"
[사법개혁] '제왕적 대법원장' 사라질까…대법원·국회 동상이몽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 중인 법원 개혁의 목표는 '제왕적 대법원장제'의 해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를 부른 근본 원인으로 대법원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이 지목된다.

따라서 주요 사법행정사무를 독점하면서 '대법원장 친위대'로 역할 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데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다.

대법원은 최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사개특위는 이 개정안으로는 법원 개혁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 대법원 개정안에 '사법개혁 후퇴' 비판
대법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사법행정회의의 의장은 대법원장이 맡고, 비(非)법관 정무직인 법원사무처장이 기존 법원행정처장을 대신하게 된다.

위원은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2인과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3인 등 법관 위원 5인과, 사법행정회의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외부 위원 4인으로 구성된다.

외부 위원은 법관이나 법원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맡는다.

사법행정회의는 중요한 사법행정사무에 대한 심의·의사 결정을 하고 집행은 법원사무처가 한다.

법관 인사는 사법행정회의 산하에 설치된 법관인사운영위원회가 다룬다.

이 위원회는 법관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대법원 규칙을 근거로 했던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률 기구로 격상된다.

그러나 이 안은 당초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추진단 안은 법관 5명,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가 심의·의사 결정 뿐 아니라 집행까지 포함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대법원 안은 추진단 안보다 외부 인사는 줄이고 법관은 늘려 사법행정회의를 구성하도록 했고, 집행 권한을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에 넘겨 사실상 대법원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게 했다.

법원 내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관 인사 권한의 경우 추진단 안에서는 사법행정회의가 총괄하도록 했지만, 대법원 안에서는 법관으로 구성된 법관인사운영위가 맡아 외부 인사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추진단이 법관이 아닌 법원공무원 등으로만 법원사무처를 신설하자고 제안한 것과 달리 대법원은 법원사무처 보직을 외부 개방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근거 규정만을 뒀을 뿐 법관 배제 조항을 따로 두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다만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중 법원사무처의 비법관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 여야 모두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수정안 마련 전망
사개특위는 대법원이 제출한 개정안을 '사법 개혁 후퇴'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대법원의 개정안을 논의한 사개특위 법원법조개혁소위원회 회의에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쓴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사법행정회의 위원 구성에서 법관 다수로 구성하도록 한 부분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 등 여야 의원 모두 사법행정회의에 법관이 포함되면 대법원장의 지배력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사법행정회의 위원은 비법관으로만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똑같이 비판하고 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외부 의견보다는 법원 내부 의견을 듣고 추진단 안을 수정해 국민 눈높이에는 개혁적이지 않은 안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논의를 계속하면 대법원의 안이 일부 수용될지 모르겠지만 행정을 담당할 수평적 회의체에 법관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과반이 넘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크고, 행정권 중 가장 중요한 인사권을 전혀 내놓지 않은 부분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국당 정종섭 의원, 민주당 안호영 의원 등과 함께 16일 긴급 토론회를 열어 대법원 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할 예정이다.

사개특위의 부정적 기류에 따라 대법원 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위는 이미 대법원 안보다 개혁적인 한국당 주광덕 의원 안과 민주당 안호영 의원 안 등을 논의했다.

주광덕 의원 안은 법원행정처 폐지 후 사법평의회를 두는 것이 골자다.

사법평의회 구성원은 16원 전원 비법관으로 하고, 의장도 대법원장이 맡는 것이 아니라 위원 중 호선해 결정한다.

법관 인사는 사법평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안호영 의원 안은 비법관 11명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의장은 대법원장으로 한다.

집행기관은 사법행정위원회 사무처로 하고, 법관은 사무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법관 인사도 사법행정위원회 소관이다.

특위는 대법원 안을 참고하되 주 의원 안과 안 의원 안 등을 함께 논의해 법원 개혁을 위한 수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