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축에 美 바퀴 맞춰야"…제재압박에는 불만 표출
개인 논평 형식으로 '수위 조절'
北 "美, 상응한 조치로 계단 쌓고 올라와야…기다리는 중"
북한이 13일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을 제재압박 정책을 고수하는 미국에 돌리며 "조미(북미)관계의 축에 미국의 바퀴를 가져다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시간은 미국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줄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허튼 생각의 미로에서 벗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를 인내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출로는 미국이 우리가 취한 조치들에 상응한 조치들로 계단을 쌓고 올라옴으로써 침체의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했다.

논평은 "조선이 앞에서 끌어당기고 국제사회가 뒤에서 떠밀고 있지만, 진창 속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떡 버티고 있는 것이 미국의 모양새"라며 북미협상 교착이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 탓"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조선이 움직이고 미국은 들러붙은 듯 꿈쩍 않고 있는데 어떻게 협상 열차가 움직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논평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 미군 유해송환 등을 거론하며 "지금 우리에게 크게 빚지고 있는 것도 미국이고, 우리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것도 미국"이라며 "조미관계의 전도는 미국이 어리석은 사고에서 언제 깨어나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제재압박과 관련해서는 "수십 년 동안 제재 속에서 살아오면서 자력갱생의 정신과 자급자족의 기질이 뼛속까지 체질화된 우리 인민들에게는 조선에 조금만 더 압력을 가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가긍하게 보일 뿐"이라며 제재 무용론을 폈다.

한동안 논란이 됐던 '핵 목록 신고'에 관해서는 "신고서란 우리더러 자신을 타격할 좌표들을 찍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서 미국이 그 부당함과 무례함을 깨닫고 스스로 철회한 것이 결코 당근을 준 것으로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15일 미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북한에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완전한 목록을 제공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신은 "압박이라는 썩은 방망이를 그만 휘두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며 "물속에서 불을 피울 수 없듯이 조미관계 개선과 제재압박은 병행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인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개인 논평이라는 형식을 사용해 협상의 판 자체는 깨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