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을 처음으로 개편했다. 경기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제조업 생산과 경상 수지 등 거시 지표를 대폭 보강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자리가 확대되려면 결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통령 취임 이후 만들어진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설치 후 1년6개월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첫 번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고,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이번 개편에서 ‘제조업 생산’ ‘서비스업 생산’ 등의 항목을 주요 지표로 추가했다. 제조업 생산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등과 연관이 있다.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설비투자는 올 3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와 연관된 지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자는 차원”이라며 “그만큼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반영됐다”고 했다.

이번에 신설된 ‘서비스업 생산’ 항목 역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또 △산업별 생산 증감률 △건설투자 증감률 △경상수지 등을 상황판에 추가했다. 생산과 투자의 장기 추세를 볼 수 있도록 상세지표에 연간 통계를 별도로 넣었다.

청와대가 강조하고 있는 ‘고용의 질’을 보여줄 수 있는 ‘상용근로자 비중’도 더해졌다. 세부 지표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실적과 3대 공공기관 고용현황 등도 함께 담았다. 1년 이상 고용계약한 노동자를 뜻하는 상용근로자 비중은 문재인 정부가 부각시키는 대표 일자리 수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펴면서 공공부문 위주로 정규직이 늘어난 탓에 논란이 됐던 지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축사에서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며 그 근거로 취업자 수, 고용률과 함께 상용근로자 증가를 들었다.

단순 지표뿐만 아니라 일자리 으뜸기업 등 우수사례도 일자리 상황판에 추가했다. 정책 홍보 기능을 더한 셈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국민들의 불만 및 개선 요구까지 받아들여 일자리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보를 담았다”며 “전문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지표설명 메뉴’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