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지렛대' 키우기 지속…"北무응답에 압박차원…판은 유지될 것"
북미교착속 '北인권제재'…강온 양면 美신호에 北반응 주목
북미 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교착 상황이 점점 복잡하게 꼬여가는 형국이다.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이라는 '담판'의 장을 잠정 설정한 상황에서 실무 협상에는 뚜렷한 진척이 없고 상대에 사용할 '레버리지'(지렛대)를 최대화하려는 양측 행보가 지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제재 강도를 높이고, 북한은 미사일 기지 운용 등 일상적 핵무력 강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정황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등에 대한 미 재무부의 독자 제재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취소되고 대화 재개가 모색되는 시점에 북한의 '2인자'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룡해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오른팔'로 평가되는 인물인데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 중 하나인 인권과 관련해 제재가 이뤄져 북한의 강한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유예하고 키리졸브 등 주요 훈련의 이름을 바꾸는 등 군사적 대북 유화 조치를 취하는 것과는 별개로 제재와 인권 압박 측면에서 미국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조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미국 주류 매체들의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도들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들 보도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도 핵무력 강화 행보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대부분 시설을 이미 한·미가 파악하고 있던 상황이고 시설 운용 자체가 남북이나 북미 간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 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시점에 이런 독자 제재가 이뤄진 것이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북미 양측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상호 유지하면서도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치열하게 레버리지 키우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단계에서 어느 쪽도 '판'을 깨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런 '기싸움' 국면이 길어지면 현재 진행되는 신뢰 형성 작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교착속 '北인권제재'…강온 양면 美신호에 北반응 주목
관건은 최근 엇갈리는 미국발 대북 메시지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한 가운데,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제재 완화를 거론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틀로 불러들이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재무부는 다른 한편에서 북한을 향해 제재압박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북한이 중대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화에도 나서지 않는 현 상황에 미국의 대북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미 재무부는 과거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도출 무렵 북한과 거래한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대북 협상의 흐름에 찬물을 붓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미국 정부내 대북 협상파와 강경파 사이의 역학관계나, 트럼프 대통령 협상 의지의 진정성 등을 분석하며 치열하게 '주판알'을 튕길 전망이다.

그리고 북한이 이번 미국의 제재를 미국 행정부의 원칙적인 '당근·채찍'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북미 간 신뢰 손상의 중요한 계기로 판단하느냐가 후속 협상 추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이번 제재에 대해 북미 또는 남북이 소통 채널을 통해 어떠한 후속 신호를 주고받느냐에 김 위원장의 조속한 서울 답방 및 북미 고위급·정상회담 추진 여부도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이야기에 북한이 지속적으로 답이 없으니 미국으로선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제재는 계속되고, 강화될 것이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북한도 강하게 반발하는 등 장외전이 가열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판을 깨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