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물론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차 부정적인 기류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연내 답방은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만일에 대비해 12~14일 일정을 유동적으로 남겨뒀던 청와대는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의 연내 답방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 방문은 여러가지 상황이 고려돼야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내 답방이 이뤄지기 위해 김정은의 결단만 남은 상태에서 연초 답방까지 염두해두고 착실히 준비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그들도 답방한다면 고려할 사항이 많기에 우리도 노심초사하지 않고 담담히 기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연내 답방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청와대가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답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 중진 의원이 이례적으로 단호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셈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오후 늦게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답방이 북미 정상회담을 촉진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뢰를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다시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면에서 연내 답방이 실현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었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연내 답방이 물건너갔다는 것을 여당에서 자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세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연내 답방에 대한 북측의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그는 먼저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정은의 답방이 북한 내부에서 결정됐다면 이에 앞서 시 주석을 찾아가 방문 계획을 통보하고, 전략을 소통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김정은은 1차 미·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북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 관련 논의를 벌인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또 핵심 참모들이 해외 순방 중이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서울 답방이 결정됐다면 북한 내부에서 기민한 준비작업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중국 방문 후 몽골로 갔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쿠바 방문 후 아직 북한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의 침묵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대남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갑자기 지난주 남한 내 김 위원장 서울 답방 환영 분위기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며 전주와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에서 김 위원장 답방을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선전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 환영 단체의 활동 소식 만을 선별 보도했을 것”이라며 “지금 북한 내부 상황을 보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