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소득주도성장 한놈만 팼더니 '경제 투 톱' 경질된 것 아닌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는 9일 “원내대표 임기 1년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를 듣고 내년 2월 당권에 도전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퇴임(11일)을 이틀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잘나고 똑똑하지는 않지만 원내대표로서 ‘처절한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내 정치적 진로를 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같은 당 의원들에게 ‘한 놈만 패는 전사’가 돼 여당과 싸워 줄 것을 수차례 주문했다. 스스로도 ‘한 놈만 물고 늘어지는 들개’를 자처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한 놈만 끊임없이 팼더니 ‘경제 투 톱’(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결국 경질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국민이 한국당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지난 1년간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취임 당시 17%대(리얼미터 조사)에 불과했던 한국당 지지율은 최근 26%로 1년 동안 1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그는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며 씁쓸해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며 9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는 “특검을 받아 내려는 시도는 사실 좀 무모했다”며 “스스로 ‘큰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마침 취임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특검을 수용해 줬다”고 말했다. 노동계 출신인 두 사람은 지난 반년간 ‘브로맨스’(남자끼리의 우정)란 말이 나올 정도로 남다른 궁합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홍 원내대표에 대해 “이념과 당은 서로 다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협상 상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기조에 대해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정권 위에서 군림하는 형국”이라며 “현 정부가 무소불위의 노동계와 결별하지 않으면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오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에 대해선 “자신의 오랜 정치적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차기 보수 대표 주자를 키워내는 역할에 매진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당내 일각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요구에 대해선 “역사에 맡기고 한국당은 새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 자질에 대해선 “친인척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나보다 투쟁력이 센 의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하헌형/박종필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