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2배 인상’을 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북 경제협력과 수입차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한국에 ‘청구서’를 날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WSJ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2만8500명 가량의 주한미군 유지비로 연간 8억3000만달러 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의 약 절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연간 16억달러로 인상하길 원하고 있다. 미국은 행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에 ‘방위비 50% 증액(연간 8억3000만달러→연간 12억달러 가량)’을 제안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같은 제안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시한을 앞두고 나왔다. SMA는 5년 단위 협약으로, 현재 협약은 올해 12월31일 만료된다. 한·미는 방위비 분담 비율 조정을 위해 올들어 9차례 협상을 벌인데 이어 오는 11~13일 서울에서 10번째 회의를 할 예정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은 재정적 문제를 떠나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한국이 방위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정부는 막대한 방위비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 조성비(130억달러)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선 한국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맞물려 남북경협을 서두르고 있다. 남북경협은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2월 중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한국, 일본, 유럽 등의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때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에 대폭 양보한만큼 ‘한국 차에 대한 고율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