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예산을 정부안과 같은 수준인 470조원으로 확정했다. 애초 정부안에 대해 ‘퍼주기식 예산’이라며 야당이 20조원의 ‘칼질’을 예고했지만 사실상 손도 못 댄 셈이다.

삭감 시늉만 낸 470조 '초팽창 예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7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470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확정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중심의 예산안 ‘소(小)소위원회’는 정부안에서 5조2000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이와 비슷한 수준인 5조원 가까이 증액, 총지출 규모를 정부안 수준에서 맞췄다. 유류세 인하 등으로 생긴 4조원의 세입 결손을 1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으로 일부 보충하고, 추가로 세입도 늘려잡아 적자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정부 지출안을 유지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정부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견제하기는커녕 일회성 일자리 사업까지 눈감아 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역구 민원사업을 더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받아내는 전형적인 주고받기식 예산안 심의였다는 지적이다.

증액안엔 야당인 한국당 지도부의 민원성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예결위원장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만석동 해안산책로 조성 사업이나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지역구인 시흥 매화지구 공원 조성, 스마트시티 연구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

복지 예산은 감축에 실패했다. 아동수당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1조9271억원)보다 오히려 12.2%(2353억원) 증가했다. 지급 대상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고 내년 9월부터는 만 6세 미만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까지 주면서다. 야당이 대폭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23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은 고작 6000억원 줄이는 데 그쳤다. 한국당이 내건 출산주도성장 정책과 맞물려 오히려 복지 분야에서 여야가 ‘퍼주기 경쟁’을 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