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정부는 연내 답방을 전제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김정은의 연내 답방과 관련,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플랜1, 플랜2 같은 것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김정은의 답방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정상의 부담과 경호 문제, 숙소 문제 등을 덜기 위해 당일치기 답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다만 “(김정은의 답방 여부가) 현재로서는 어느 쪽의 사인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원래 시기가 구체적으로 못 박힌 합의는 없었다. 가급적 연내 해석을 양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이 그대로 이행될 것이냐, 아니면 어떻게 될 것이냐 어느 쪽도 아직은 답변드릴 만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김정은의 답방에 대해 비굴할 정도로 간절한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청와대가 김정은 위원장의 여행 기획을 위한 이벤트 회사도 아니고 김정은이 오면 한라산, 남산타워를 가느냐 안 가냐 이런 얘기만 나온다”며 “북한 비핵화 등 의미 있는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정권 운영을 이벤트 행사로 끌고 가고 있다”며 “(이번 답방은) 경제 폭망을 뒤덮고 사회체제 변혁을 준비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라고 힐난했다.

한편 국민 10명 중 6명은 김정은의 답방에 대해 환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대해 ‘남북한 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므로 환영한다’는 응답이 61.3%로 집계됐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불과하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31.3%였다.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환영’ 여론은 각각 82.0%와 61.6%였다. 그러나 보수층에서는 ‘반대’가 49.6%로 ‘환영’ 36.8%를 앞섰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