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유임하기로 했다. 야당의 경질 요구를 일축하고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비위사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보수 야당은 물론 범여권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까지 “안이한 대처”라고 비판했다.문재인 대통령 “국민이 평가할 것”지난 4일 순방을 마치고 밤늦게 귀국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온 뒤 곧바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수석으로부터 특감반 사건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별감찰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조 수석의 거취는 변동이 없다”며 이 같은 대통령 지시를 전했다.문 대통령이 귀국과 동시에 청와대 공직 기강 해이 논란의 처리 방향을 정리하고 조 수석에게 개선 방안을 맡기면서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등 확실한 대외 메시지를 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순방 당시 국내 현안에 입을 닫았지만 귀국길에 오르며 “믿어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청와대는 문 대통령 순방 기간에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소속 특감반원의 ‘지인 수사 캐묻기’ ‘셀프 승진’ ‘업무 중 골프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며 곤욕을 치렀다. 청와대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전원을 검찰과 경찰 등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시킨 뒤 자체 수사하도록 조치했다.되레 힘실리는 조국 수석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조 수석의 입지가 오히려 탄탄해졌다고 보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조 수석을 사실상 유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동이 없다”고 답해 거취 논란을 잠재웠다. ‘검찰과 사법개혁을 주도할 인물’이라는 여당의 평가처럼 문 대통령 역시 조 수석을 적폐 청산 등 국정과제를 책임질 적임자로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치원 비리와 공공기관 채용비리, 편법 변칙 탈세 등을 생활적폐 청산 과제로 규정하고 이를 민정수석실에 일임했다.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를 선호하지 않는 데다 이번 사건이 민정수석을 교체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조 수석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남은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중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특감반 해체라는 조 수석의 적극적인 초동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을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자체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을 일부 감찰반원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野 “朴 정부와 다른 게 없다” 반발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여전히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이 국민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인사 검증 부실, 청와대 내부의 비리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 있는데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전임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의로운 나라를 꼭 이뤄내겠다’며 국민 앞에 공언했던 문 대통령은 청와대 기강 해이와 비위 의혹 사건 책임자인 조 수석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범여권 진영인 정의당 역시 “청와대를 믿고 기다려온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답변”이라고 비난했다. “권력의 심장부에서 발생한 비위 행위에 대해 남의 집 불구경하듯 ‘대검 감찰본부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은 국민의 믿음을 반감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평화당도 “땜질 보수공사로 안전이 담보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청와대의 시각이 안이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논란 직후 ‘조국 감싸기’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한 조처”라고 평했다. 한 여당 의원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교체 인사 이후 이번 기회에 조 수석까지 바꾸겠다는 정권 흔들기”라고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했다.박재원/박종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남북정상 만남 장소로 활용될 것" 추측도 나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되는 청와대 한옥 건물인 상춘재의 보수 작업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4일 알려졌다.김 위원장을 맞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으나, 청와대는 "연초부터 계획된 수리작업"이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상춘재 보수 작업은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완료될 예정이다.상춘재는 1983년 완공된 한옥 건물로 주로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에 사용됐다.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차담을 나눈 장소도 상춘재다.올해 2월에는 문 대통령 부부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이 곳에서 만찬을 함께한 적이 있다.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실현된다면 새로 단장한 상춘재에서 남북 정상이 차담회나 식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앉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나아가 청와대가 보수를 한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이 조만간 서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준비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상춘재 수리는 올해 초부터 계획된 것이고, 지난 9월 초에 공사가 발주가 됐다"고 설명하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그 이후인 9월 19일에 결정됐다"면서 상춘재 보수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간 확보와 경호·경비에 어려움이 크고, 이벤트성 이전보다 경제·민생 살리기에 주력할 때라는 반대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지만 이미 보류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다.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지키는 게 바람직하지만 무오류의 불가침 성역은 결코 아니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공약과 국가운영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보완하고, 필요하면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조정세 공약을 백지화한 것이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전 비중 축소(75%→50%) 공약을 10년 미룬 게 그런 사례들이다.집권 3년차에 접어들 문재인 정부도 공약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보류·재검토해야 할 공약은 집무실 이전만이 아니다. 경제지표 악화, 일자리 참사를 고려할 때 소득주도 성장의 근본 기조부터 바꿔야 할 상황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이미 속도조절 했다지만, 당장 내년부터 또 10.9% 오르면 2차 쇼크가 우려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부터 전면 손질해야 한다.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도 탄력근로제 확대 없이 본격 단속·처벌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도 종합 재검토가 절실하다. 해외 원전 수주 비상, 전기료 인상 압력, 온실가스·미세먼지 증가, 태양광 남설과 환경 파괴 등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국민 부담(보험료 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해법이 보일 것이다. 정부·여당은 공약집에 포함된 복합쇼핑몰 의무 휴업을 조만간 도입할 태세지만 국경 없는 유통전쟁 시대에 실효성은커녕 소비와 일자리만 위축시킬 게 뻔하다. ‘택시업계 생존권 보장’ 공약도 혁신성장의 승차공유와 상충돼 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공약들 간의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공약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유권자가 투표한 후보자의 공약을 모두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국민이 원치 않고 경제에 주름살만 지울 공약이라면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섬기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