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국회의장실에서 만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굳은 표정으로 의장실을 나오고 있다. 이날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법정시한을 2년 연속 넘기게 됐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문의장 소집 본회의에 민주 의원 대거 참석…한국 "합의정신 위배"'예산안 처리·선거제 개혁' 연계 중소정당 공조 강화 변수로예결위 소소위, 증액 전 감액 심사 마무리도 못 해…김동연, 국회 찾아 협조 구해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일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상정하자 정국이 경색 조짐을 보인다.특히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을 연계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의 공조가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예산심사와 본회의 일정을 놓고 각을 세운 여야의 대립 전선이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다.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그러나, 예산안 심사는 되도록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심사가 전면 중단되는 극단적 상황으로는 치닫지 않을 전망이다.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 여전히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선거제 개혁, 청와대 일부 직원의 비위 의혹을 향한 야당의 공세 강화 등 돌출 변수까지 겹쳐 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 원안을 상정했다.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을 넘긴 시점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동부의된 정부 예산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여 본회의가 결국 열렸다.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본회의 개의에 필요한 의사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1·60명)를 채웠다.본회의가 열리기 전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오전과 오후에 연쇄 회동을 하며 예산안 처리와 본회의 일정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여야는 종일 신경전을 이어갔다.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는 선거법 문제 때문에 구체적으로 처리 시한을 정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했다"며 "예산안과 선거법을 연계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장에서 예산 상정과 관련해 "교섭단체 합의 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면서도 "여야 합의에 의한 수정 예산안이 반드시 본회의에서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의 '초월회' 오찬 회동에서도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 연계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다.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0년간 정치를 했는데 선거구제를 연계시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처음 봤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이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현실적으로 오늘까지 예산안이 통과 안 됐다고 큰 난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협치는 주고받는 것"이라고 맞섰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연대 행동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예산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야 3당은 4일부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정기국회 내 선거제 개혁 합의를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간다.여야 갈등 속에 예산심사도 진통을 겪고 있다.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만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 예결위 소(小)소위는 이날까지 감액 심사 회의를 이어갔으나 보류된 안건들에 대한 감액 심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감액 심사가 끝나야 삭감액 한도 내에서 증액 심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아직 증액 심사는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남북경협사업, 일자리 예산 등 쟁점 현안의 경우,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원내지도부 협상 테이블로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예결위 관계자는 "개수가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추가로 소소위에서 논의해도 결론 내기 쉽지 않은 것들"이라며 "원내대표들 선으로 넘겨서 투트랙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를 찾아 여야 원내지도부와 안상수(한국당) 예결위원장을 만나 조속한 예산처리 협조를 구했다.김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하고 귀국하는 길에 국회를 바로 찾았다면서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예산심의가 국회에서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김 부총리는 특히 자신과 마찬가지로 임기가 곧 끝나는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나선 "둘 다 잘 마무리하고 나가자"고 말했다./연합뉴스
케이뱅크 공동해명·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놓고 금융위·금감원 갈등 이어져금융위 "감사원·기재부 지적따라 예산편성 진행"금융감독원 노조가 금융위원회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 지부는 3일 '금감원 길들이기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예산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발표했다.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팀장급 이상인 1~3급 직원 비중을 43.3%에서 35%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냈지만, 금융위는 3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또 금융위는 성과급이나 인건비, 각종 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내년 금감원 예산을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의 이런 행동이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 관련 금감원이 금융위의 공동해명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지난 10월 국감에서 케이뱅크 특혜 의혹과 관련 금융위는 금감원이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공동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금감원은 금융위가 이를 인가한 만큼 해명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과 관련 금융위는 재감리를 명령했지만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주장이 맞았고, 금감원의 각종 대책에서 법 개정이나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을 금융위와 충분한 상의 없이 발표한 것들도 미운털이 박히게 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금감원 노조는 이런 금융위에 대해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금감원 노조는 "대통령이 금융위가 독점하는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국정 운영 100대 과제에도 들어가 있다"며 "재벌 편들기와 자기 조직 확대에 눈이 먼 금융위에 더는 위기관리 기능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어 "금융위 해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해 달라"며 "금융위 해체 없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감원 노조의 주장처럼 일련의 사건들과 금감원 예산을 연결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올해 초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지 않는 대신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통제를 받기로 한 바 있다"며 "국회나 감사원, 기재부가 지적한 방침과 절차에 따라 예산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