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구축함 배리호가 요코스카 해군기지 내 드라이독에서 수리받고 있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요코스카 해군기지엔 미군과 군무원(1만7500명), 일본인 근로자(8500명) 등 총 2만6000명이 상주한다.  /요코스카=박동휘  기자
미 해군 구축함 배리호가 요코스카 해군기지 내 드라이독에서 수리받고 있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요코스카 해군기지엔 미군과 군무원(1만7500명), 일본인 근로자(8500명) 등 총 2만6000명이 상주한다. /요코스카=박동휘 기자
지난달 26일 방문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주일 미군 해군기지는 일본인 근로자로 넘쳐났다. 드라이독(dry dock)에서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호가 수리받고 있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존 매케인 상원의원까지 합해 매케인 가문 3대의 이름이 헌정된 군함이다.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미 군함들은 일본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이들 근로자의 손길로 새롭게 태어난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1871년 일본 왕실의 조선소로 출범했다. 미국과 태평양전쟁을 치렀던 일본 해군의 산실이었지만 지금은 미·일 안보동맹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주일 미군 병력 5만4000여 명 중 절반이 주둔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핵심 자산인 동시에 일본 잠수함의 절반이 이곳에 정박해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이 동맹국과 기지를 공유하는 곳은 요코스카 해군기지가 유일하다. 미국은 혈맹인 영국과도 하지 않는 ‘실험’을 일본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미·일 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해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라는 공동의 위협이 두 나라를 가깝게 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구축의 진전과 함께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미·일 ‘안보 밀월’의 배경 중 하나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는 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등 5개국이다. 이 중 미군이 주둔한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태평양사령부가 주한, 주일 미군을 관할하면서 일종의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육군 중심의 주한 미군이 전방에서 유사시 즉각 대응에 주력한다면, 주일 미군은 후방에서 군수 등을 담당한다. 일본엔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비롯해 7개(요코타 항공기지, 캠프 자마, 사세보 해군기지, 가데나 공군기지, 후텐마 해병항공기지, 화이트비치 해군기지)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1957년 유엔군사령부 본부가 도쿄에서 서울로 이전하면서 후방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력과 자산을 분산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는 북한이 작년까지만 해도 미사일 위협을 일삼던 ‘타깃’이었다.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해 미·일 군사협력위원회는 한 달에 두 차례 열린다. 한·미 간엔 동일한 ‘급’의 위원회가 1년에 두 번 열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북한 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유엔군사령부는 일본 정부에 총 27회에 걸쳐 주일 미군기지 사용을 사전 통보했다. 2013~2016년 연간 12~15회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최근 1년간 북한의 군사위협이 크게 감소했지만 미·일 간 안보동맹은 새로운 각도에서 밀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위협이다. 지난해 일본 자위대의 비상출격 중 70%가 중국 공군의 JADIZ(일본방공식별구역) 침범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일본 방위성의 통계다. 지난 9월 말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군함이 충돌 직전까지 갔던 사건은 미국의 대중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고 있는 점도 미국이 일본과의 연합훈련에 주력하는 이유다.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있는 후텐마 해병항공기지만 해도 1년에 한국 해병대와 총 8차례 연합훈련을 하는데 그중 하나인 을지프리덤가디언(8월)은 취소된 바 있다. 이 밖에 한·미는 지난달 말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을 축소해 진행했고, 한·미 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국 공군만 단독으로 하는 것으로 3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했다. 미 해병대는 태평양 지역의 20여 개 국가와 1년에 200여 차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제3해병원정군 소속 데이비드 스틸 대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뒷받침을 위해 한·미 간 대규모 연합훈련이 연기되는 상황이지만 실전에 대비한 훈련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코스카·기노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