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제재완화만이 상응조치 아냐…포괄적으로 이해해야"

뉴질랜드행 기내간담회…"군사훈련축소·인도지원·종전선언·철도연결 사전조사" 열거
"한미정상, 2차 북미정상회담서 '싱가포르 합의' 타임테이블 논의 바람직 인식"
한미관계 엇박자 지적에 "근거 없는 얘기…美와 의견일치, 모든 것 협의"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상응 조치는 북한이 비핵화 진도를 내면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인데, 반드시 제재완화나 해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북미협상 과정에서 대북 상응 조치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예를 들면 한미군사훈련 연기·축소도 일종의 상응 조치일 수 있고, 인도적인 지원이나 스포츠 교류, 예술단 왕래 등 비정치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다"며 "남북이 한 것처럼, 실제 철도 연결은 제재 해결 이후에 하더라도 그때를 대비한 사전조사·연구 작업을 미리 하는 조치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대체로 포괄적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과 관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원칙적인 합의만 이룬 것이어서 2차 회담에서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큰 타임테이블에 대한 논의까지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는 데 한미 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북미가 4가지 합의를 했는데, 북한은 비핵화와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미국은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면서 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게 서로 교환적으로 이뤄지게끔 합의가 된 것"이라며 "그 합의의 이행이 포괄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각각 조치가 선후적으로 어떻게 배치돼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타임테이블은 북미 간 대화를 통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대단히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진 일로, 초기 진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요즘 한 두 달 정도의 정체 때문에 교착에 빠진 것 아니냐고 걱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만 해도 내년 초라고 하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며 "이 과정이 잘 이뤄질 것으로 낙관해서 보고 있다.

물론 가장 결정적 고비는 역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비핵화와 관련해 과거 북한은 우리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했고 오로지 미국과 대화할 문제라고 했는데, 요즘 어느 정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다만 우리가 좌지우지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관계에 불협화음이나 엇박자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문 대통령은 "근거 없는 추측성 얘기"라며 "지금까지 이뤄진 하나하나가 미국 또는 유엔 안보리와 협의 없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 이산상봉 면회소 개보수를 위한 물자가 들어가는 문제가 제재 저촉 소지가 없는지 협의하고, 상봉 행사 기간에 발전기를 가동하려면 쓰고 남으면 가지고 오더라도 기름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역시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며 "연락사무소 개소나 철도 연결을 위한 사전연구·조사를 위해 물자를 싣고 열차가 올라가더라도 협의를 하고 있다"고 예시했다.

또 "그런 대화가 조금 불편한 면이 있어 아예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은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만나면서 이제는 상당한 신뢰·우의가 구축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날은 북한이 핵·미사일 등 모든 도발을 중단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며 "1년 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없어지고 평화가 실현된 것이고, 그 평화를 항구적인 평화로 만들어내는 일에 상당한 진전을 얻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저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극적이고 역사적인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결단력 덕분이라고 감사를 드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컸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계속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며 "지금 한미 간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는 내년도 외교 목표에 대해 "우선 내년 초에 가급적 조기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고 그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조금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는 것, 거기에 따라 남북관계가 발맞춰 발전해 나가는 게 우리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