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소통으로 '신뢰' 쌓아야…지혜 모으는 노력 필요"
강제징용 배상판결 한달…한일관계 파국 피할 해법은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지 30일로 한달을 맞이한 가운데 한일 양국이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식의 공방을 거듭하며 갈등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일이 각각 '정의 실현'과 '계약 위반'의 관점에서 판결을 바라보는 가운데, 양국에는 아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이성적인 담론이 설 자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상대국에 대한 국민 감정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 이상으로 한일관계에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국내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양국 정부가 소통하며 인권과 한일 과거사,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등을 두루 고려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고문은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로 과도한 대응을 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양국 정부 간에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양국 정부가 분쟁이 일어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솔직한 대화를 해서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혜를 모으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진 소장은 이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양국간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며 "양국이 국민 여론에 너무 휩쓸리지 않고 중장기적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내부 정치에 이용하는 차원에서 과격한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양국관계, 나아가 문제를 풀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김재신 고문은 "일본이 자신의 입장 강화를 위해 강하게 나오는데 우리가 피해자이지 일본이 피해자는 아니다.

'주객전도'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한일관계 관리 차원에서 일본 정부도 차분하게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한달…한일관계 파국 피할 해법은
일본 기업들이 배상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양국 기업 등이 힘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진창수 센터장은 "한국 정부도 청구권협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역할을 하고, 협정에 따라 혜택을 본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함께 돈을 내는 '투 플러스 원' 형식의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 과열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차분하게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오은정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양국 정부가 자신의 국내 정치적 입장에서 사안을 이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관련 사안에 대해 스스로 취해왔던 조치 등을 차분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한일관계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양국이 외교 공방을 펼치며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재신 고문은 "다행스러운 점은 과거 이런 일이 생기면 국민 사이의 교류도 끊어지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된 것 같다"면서 "양국관계 발전이 상호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와 시민단체가 서로 교감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