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사, '기초자료' 수집 차원…"비핵화 진전 따라 실제 공사 추진"
실제 공사 위해선 제재 해체 필요…정부 "비핵화 진전 따라 추진"
남북 철도연결 우여곡절 끝 첫발…현대화까진 '산 넘어 산'
남북이 북한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30일 시작하기로 하면서 남북 철도연결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실질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기관차와 남측 철도차량 6량, 북측 차량 등으로 구성된 남북 공동조사단의 열차는 이달 30일부터 총 18일간 북한 경의선(개성∼신의주)·동해선(금강산∼두만강) 구간을 달리며 현지 철도 상황을 살펴본다.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해 공동으로 현지조사를 하는 것은 2007년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7일간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412㎞)을 조사한 이후 처음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공동조사는 그동안 직접 보지 못했던 북측 철도의 실태를 파악함으로써, 남북이 4·27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인 철도연결 및 철도 현대화 사업을 논의해 나갈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번 공동조사를 "10년간 (북한 철도의) 변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고, "북측 철도시설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현대화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동조사가 실제 현대화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산'이 많다는 게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일단 조사 일정부터가 빠듯하다.

실제로 경의선 약 400㎞를 6일 만에, 동해선 약 800㎞를 10일 만에 조사하게 되며, 총 이동거리는 18일간 무려 2천600㎞에 달한다.

게다가 앞으로 북한 철도 현대화를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까지 추진할지에 대해서도 남북이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현 단계에서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연구소 소장은 "(이번 공동조사는) 기초조사 정도"라며 "일일이 전수조사를 하기도 어렵고 전반적인 선로나 터널, 교량 상태 등을 살펴보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이번에는 단순한 연결이 아닌 현대화를 전제로 했다는 것이 (2007년 조사와) 다르다"며 착공식 후에 정밀조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교통 인프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하다"고 말할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철도 직선화, 남북 간 통신·신호체계 표준화 등 북한의 철도 현대화에 수반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물론 최대의 당면한 걸림돌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연동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남북의 이번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제재 면제를 인정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안별' 면제였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주유엔 대표부 관계자는 실제로 26일(현지시간) '철도연결 사업이 추가 면제를 필요로 하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제재에 저촉되는 상품이나 물건을 전달하는 것과 같은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제재에 대해 면제를 받아야 한다"며 추가 면제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많은 물자가 투입되는 현대화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면 사실상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가 이번 공동조사 일정을 발표하며 "이후에는 기본계획 수립, 추가 조사, 설계 등을 진행해 나가고 실제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의 또 다른 합의사항인 남북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북은 지난 6월 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개성∼평양 경의선 도로와 고성∼원산 동해선 도로 현대화에 합의한 뒤 8월 13∼20일 경의선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지만, 동해선에 대해선 공동조사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이달 12일 열린 남북 도로공동연구조사단 2차 회의에서 남측은 기존 도로를 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새로 도로를 건설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등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