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 4兆' 공방 탓…與 "결손 아닌 변동" 野 "메꾸고 논의해야"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닷새 앞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가동이 이틀째 중단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날 오후 "4조원 세수 결손" 문제가 있음에도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심사 잠정중지 방침을 밝혔고, 여당은 고의적 심사 방해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 소속 안상수 위원장은 이날 오전 예결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자유한국당 장제원,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과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을 불러 협의에 나섰으나, 장 의원은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야당은 정부가 책임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예산 심의를 재개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정시한 닷새 앞두고 국회의 정부예산안 심사 이틀째 공전
여야 대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재정분 2조9천억원, 유류세 한시 인하 1조1천억원 등으로 인해 4조원 정도의 세입 변동이 발생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야당은 '국가 채무를 늘리는 국채발행은 허용할 수 없다'며 정부가 자체적으로 4조원 세출 감액 방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예산 심사에 속도를 내면 세수 감소분 등을 확정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회의장을 나가버리면 어떻게 하나"라며 "일의 순서가 빨리 소위를 마쳐놓고 4조원가량의 세입 변동을 어떻게 보충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소위도 안 된 상황에서 답을 내놓으라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말했다.

그는 "세입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세출을 조정할 건지, 아니면 국채를 발행할지와 관련해 국회에서 삭감·증액한 것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짜 맞춰야 한눈에 그려진다"고 했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지방소비세 인상과 유류세 인하 정책을 이미 발표하고 실행해 4조원 결손이 난 책임을 국회에 미루고 있다"며 "정부가 국회 예산의 법정기일 내 통과를 막는 것은 국회 개원 이래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민주당은 3일 만에 60% 진도를 나간 국회를 두고 빨리 감액을 끝내자며 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정부가 4조 결손에 대해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국무회의를 거쳐 수정안을 정식 제출하거나, 소위에 해결방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이혜훈 의원도 통화에서 "정부가 대책을 가져오라 했더니 예산소위에서 닷새간 얼마 깎았다는 엉뚱한 자료를 내밀었다"며 "적자 국채발행은 절대 안 되며, 전체 얼마를 어디서 깎겠다는 총액 비율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기재부가 제출한 A4 1장짜리 자료에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4일 차에 법무부, 과기부, 기재부, 국방부, 국토부, 문체부, 여가부 등 29개 소관 부처 심사가 완료됐고, 현재까지 161건에 대해 4천906억원이 감액됐으며, 보류 사업은 총 132건'이라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고 야당 의원들이 밝혔다.
법정시한 닷새 앞두고 국회의 정부예산안 심사 이틀째 공전
야당이 심사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틀째 '보이콧'에 나선 것은 그동안 감액심사에서 '철벽 방어'를 해온 여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나흘간 감액 규모는 5천억 원에 불과한 상태로, 정부가 자체적으로 세출 조정안을 내놓지 않으면 국회가 증액할 수 있는 규모와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야당의 한 예산소위 위원은 "야당이 완벽한 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어디서 예산을 깎고 총액을 어떻게 할지 대강의 안이라도 내라는 것"이라며 "농해수위, 교육위, 국토위 소관 부처에서 충분히 1조원씩 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예산안을 '컨트롤'하는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소위 위원은 "기재부도 혼자 결정할 수 없을 것이므로 야당이 '오더' 내릴 사람을 압박해줘야 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파행이 오래 가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오후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 하루 동안 심사가 중단돼 법정시한 준수가 한층 더 멀어진 가운데, 예산소위 공전이 계속되면 여야 모두에 부담이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