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첫 베이징대 강연…"내 행정 바탕엔 현장중심·경청"
베이징대 간 박원순 "국정조사 돌파 자신…더 강력한 사람 될것"
"(서울교통공사 채용 논란을 둘러싼) 국정조사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정치적 공세로 추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돌파할 자신이 있고 돌파하고 나면 조금 더 강력한 사람이 되겠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논란과 관련한 국정조사에 대해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날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대를 찾아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 도시에서 찾다'를 주제로 강연한 뒤 국정조사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미 지난번 국정감사를 두 번이나 받으면서 실제 비리나 잘못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면서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야말로 '일벌백계'해야 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그러나 서울시가 이미 스스로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한 상태에서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충분한데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정치적 공세로 (국정조사를)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항상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돌파할 자신이 있고 돌파하고 나면 좀 더 강력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 발언 직후 "(더 강력한) 서울시장으로서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앞서 한국 유학생 10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대 옌징(燕京)학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슬라이드 등을 이용해 변호사에서 사회운동가로, 첫 3선 서울시장이 되기까지 이력과 서울시의 각종 정책을 소개하며 자신의 행정 바탕에 '현장중심'과 '경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오랜 신념이 있었고 집단 지성과 협치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시정경험을 통해서도 확인했다"며 "책상머리에서 상상하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중심 시정에 답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2년 은평구에 꾸렸던 현장시장실과 올 여름 강북 옥탑방 '한달살이'를 소개하며 '소통행정'에는 '경청'이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올해 자매결연 25주년을 맞은 서울과 베이징을 두고 "서로에게 창과 거울이었다"며 "서울시와 베이징시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도시 난개발 같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세계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강연 이후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독일은 탈원전을 지향하되 기존에 있는 원전을 바로 폐기하지 않고 성능을 다하면 폐기하고 있다"면서 "독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이 맞지만 그런 과정에서 충분히 대안적인 신재생 에너지가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베이징대 강연은 한국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이다.

앞서 베이징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강연한 바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은 2014년 산둥당교 강연과 2015년 중앙당교 강연 등 과거 중국 방문 때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서울시정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중국 대학에서 강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연 이후 천지닝(陳吉寧) 베이징 시장과 면담한다.

박 시장은 앞서 이날 오전에는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창업 거리를 찾아 창업 인큐베이터인 '처쿠(車庫.차고) 카페' 등을 둘러봤다.

박 시장은 "중국이 창업국가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서울에도 다양한 창업 공간이 있지만 좀 더 집중해서 서울을 창업도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서울시와 베이징시 공동 주최로 베이징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서울과 베이징 자매결연 25주년을 축하하는 기념공연이 열린다.

서울시와 베이징시는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10월 자매도시 협정을 맺고 교류하고 있다.

진성수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하고 중국 노래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 중국 민요 '모리화'를 국악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공연에는 중국 소프라노 주현이 함께 하며 양국 전통악기 해금과 얼후(二胡) 협주 무대도 마련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