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사에만 예외 허용, 본격 공사시 여전히 제재가 '걸림돌'
美 제재유지속 '면제' 인정…비핵화 협상에 '촉매 역할' 주목
남북협력사업에 안보리 사실상 첫 제재면제…철도연결 '첫걸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23일(현지시간)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 향후 남북협력 사업의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번에 제재 예외를 인정받음에 따라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물자의 대북반출이 가능하게 돼 남북 철도연결을 향한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이번 제재면제는 대북제재위가 남북 간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사실상 처음으로 제재 예외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북제재위는 과거에도 제재면제를 허용한 적이 있지만, 행사성 이벤트나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인적교류에 관한 것이었다.

대북제재위는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측의 요청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 참가할 북한 측 관리들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2월에도 제재 대상인 북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해 북측 고위급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제재면제'를 허용했다.

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제재면제로 향후 남북 간 다양한 협력사업에서 사안별 제재면제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대북제재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남북 협력사업에서 제재면제의 폭과 깊이의 확대를 꾀하면서 이를 통해 북미 협상을 촉진하고 북측을 비핵화에 더 가깝게 견인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번 제재면제는 '사안별' 면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철도 공동조사에 한해서 북한으로의 물자 반출 등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남북은 지난달 고위급회담에서 11월 말∼12월 초에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0월 하순 경의선 철도에 대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대북제재 문제 등으로 일정이 지연돼왔다.

이번 제재면제로 일단 철도 연결 공동조사와 착공식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조사와 착공식 이후 본격적인 공사 시 또다시 대북제재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실제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번과 같은 절차로 대북제재 면제를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확고히 하는 상황이어서 남북 간 협력사업의 속도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대북제재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번 제재면제에 동의한 것은 북한에 대해 나름 '성의' 표시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에 참석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와 관련한 대북제재 예외인정 문제에 대해 "미국은 철도연결을 위한 조사 사업에 대해 아주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1일 내년 봄 예정된 한미연합 야외기동 훈련인 '독수리훈련'(FE)의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지속해서 살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북측에 보낸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측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를 요구해왔다.

북측 입장에서 이번 제재면제가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향후 제재면제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는 점에서 북미 협상에서 북측의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당초 지난 8일 뉴욕에서 예정됐다가 갑자기 연기된 북미 고위급회담의 재개 여부다.

일각에서 이번 달 말 뉴욕에서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회담 재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비핵화 협상과 함께 내년 초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협력사업에 안보리 사실상 첫 제재면제…철도연결 '첫걸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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