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대통령 직속 및 자문기구 위원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위기 의식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금까지는 국정과제를 설계했다면 이제부터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구현자가 돼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내년 슈퍼예산 성과 보여야”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자문기구의 책임자를 취임 후 1년 반 만에 모두 모이게 한 이유부터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와 남북관계와 관계된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모든 위원회 회의에 다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러다가 해가 넘어갈 것 같아서…”라고 털어놨다. 정부 출범 3년 차를 앞두고 국내 현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문 대통령은 정책기획위원회를 비롯해 일자리, 4차산업혁명, 저출산고령사회, 자치분권, 국가균형발전, 국가교육회의, 북방경제협력 등을 이끄는 위원장 등 30여 명의 참석자에게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비전인 ‘혁신적 포용국가’를 거듭 강조했다.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초팽창 예산에 대해 “우리의 생각과 구상이 순수하게 처음으로 담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정부가 초안을 짰던 올해와 달리 내년 예산을 통해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포용국가에 꽂힌 문재인 대통령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장소로 청와대 집현실을 택했다. 세종대왕 때의 집현전에서 따온 이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시대 학자들이 왕과 좋은 정책을 짜기 위한 경연이 있었던 장소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날 포용국가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통 관심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비판 속에 분배에만 역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만 특별한 가치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된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 역시 ‘사람 중심’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정부는 이를 위해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장기 국가발전 전략인 ‘국가 미래비전 2040’을 내년까지 수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가 세운 미래 전략 비전인 ‘비전 2030’과 같은 장기 전략을 세워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체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에 ‘국정 과제 정책 박람회’와 ‘대국민 국정과제 보고회’도 예정돼 있다.하루 만에 달라진 제조업 시각 ‘논란’문 대통령은 보수 야당과 경제전문가 사이에서 거론되는 ‘경제위기론’에 대해선 세계의 공통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간담회 첫머리 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면서도 “저성장·양극화 등은 전 세계가 겪는 현상으로, 기존 성장 방법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제조업을 한국 경제의 근간이라고 강조한 지 하루 만에 180도 달라진 메시지를 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금까지의 경제성장론이나 산업성장 방법이 한계에 이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예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전통적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전통 제조업인 자동차·조선이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이 성장해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장병규 위원장(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가 뛰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날고 있는 형국”이라며 “위원장으로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장 위원장은 21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임기 첫 국정과제위원회 및 대통령자문기구 오찬간담회에서 “지금부터 속도감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속도에 비해 우리 정부의 혁신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발언이다.게임개발업체 블루홀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그는 이날 4차산업위원회 보고에서 구글의 완전자율주행차 기술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웨이모(Waymo)의 ‘무인차’ 구현 속도가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의장은 “구글 웨이모가 처음 300만 마일을 주행하는 데 8년이 걸렸지만 최근 5개월 만에 300만 마일을 운행했다”며 “이렇게 보면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날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장 위원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4차산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공지능 등을 토대로 향후 굉장히 많은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장 위원장은 위원회가 출범하고 주요 정책들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까지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금융과 물류 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자의 충돌로 제대로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혁신성장 관련 입법에 대해 ‘팀플레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과 국회까지 같이 묶어서 일원화된 채널로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경찰이 진실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에 있다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무책임한 음모론이다."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0일 "이재경 경기도지사가 '혜경궁 김씨'가 자신의 아내 김혜경이라는 경찰 발표에 '경찰이 진실이 아닌 권력을 택했다'고 했는데 이 권력이 누군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하 의원은 이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이 지사는 이 권력이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아니면 도지사가 무책임한 음모론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이 지사는 자기의 위기를 음모론으로 바꾸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게 본인의 음모가 아니라면 이 권력이 누구인지, 이 권력이 문재인 대통령인지, 문 대통령이 이 지사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음모론을 ) 밝히지 않으면 이 지사는 우리 국민들의 법정에서 또 하나의 죄를 추가하는것이다"라고 비판했다.앞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로 더 잘 알려진 '정의를 위하여(@08__hkkim)' 트위터 계정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기소된 가운데 입장 발표를 통해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비슷한 것 몇 개를 끌어모았다. 경찰이 정말 불공평하다"면서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택했다. 네티즌수사대보다 못하다"며 권력 배후론을 제기했다.'혜경궁 김씨' 사건의 시작은 지난 4월 경기도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과정에서 전해철 의원(당시 후보)이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hkkim·혜경궁 김씨)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단독 고발하면서 시작됐다.전해철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처럼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이끌어 참여정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을 지냈다.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른바 '3철' 중 한명이다.'혜경궁 김씨'는 2016년 12월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취업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트위터에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여배우 불륜설· 강제 입원설 · 조폭 연루설 등 의혹 제기에 사면초가에 빠진 이 지사는 지난 10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 제 업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싸가지'없게, 도가 지나치게 공격한 일을 후회했다.그는 "(당 후보 경선 과정 때) 문 대통령에게 정말 싸가지 없이 굴었다, 되돌아갈 수 없지만 정말 잘하고 싶다. 후회된다. 정말로"라며 문 대통령과의 앙금을 털고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바 있다. 하 의원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접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이 기부행위 및 매수·매수유도 행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범해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는 경우 당선무효 조치가 가능하다.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김씨를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하 의원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확정된다면, 이 지사 역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자신의 배우자가 아니라고 허위사실을 공표하면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