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네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과 함께 내년 남북한을 각각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의 스탠리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두 정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35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되는 등 일정 조율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인미답의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시 주석께서 세 차례의 중·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진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양측의 한반도 정세 안정 등에 관한 협력이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중국군 유해송환사업’을 양국 우호 증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업으로 꼽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서울을 찾아달라는 문 대통령 요청에 시 주석은 “내년 편한 시기에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내년에 시간을 내 방북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김정은은 시 주석을 북한으로 초청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내년에 시간을 내 방북할 생각”이라며 방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5박6일간 순방에서 미·중·러를 잇따라 만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동력을 잃은 미·북 정상회담 논의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은 최근 극비리에 방한해 판문점에서 북측과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를 포함해 올해 열린 고위급 미·북 협상장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인물이다.

김 센터장은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김영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미·북 고위급회담에 앞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북측과 깊이있는 논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