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 조급증 탓?…쇄신도 보수 재건도 '제자리걸음'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보수 재건’을 명분으로 갖은 처방을 쓰고 있지만 파열음만 더 커지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물론 당내 비주류 세력들까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물에 쫓기듯 집착하다 보니 ‘사고’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이 침체 국면인 당을 수습하기 위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지난 7월 중순이었다. 비대위가 들어선 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기 당권주자인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론이 퍼지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 기용된 지 37일 만에 당 지도부와의 이견으로 ‘해촉(위촉을 해제함)’당하는 등 인적 쇄신이 시작부터 삐걱거린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아직 1년5개월여의 시간이 있지만 강박증으로 벌써부터 ‘김병준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당내 초·재선 의원모임인 ‘통합·전진’은 14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비대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용기 의원은 “전 변호사를 전권을 주겠다는 등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구냐. 환자가 아프다고 수술해 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의사가 상처를 헤집어놓은 꼴”이라며 비대위를 겨냥했다. 박완수 의원은 “비대위 성과를 공개하고 당원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사실상 퇴진을 압박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국당 비대위가 지역구 대표격인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소위 ‘인적 청산’의 칼을 무리하게 빼든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의원은 “짧은 시간 안에 인적 청산을 통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검증이 제대로 안 된 전 변호사를 성급하게 영입했다”며 “인적 청산은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단행 여부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과 빨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을 만큼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국회 인근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해촉한 김 위원장 등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미래는 없다”며 “(비대위가 주장한) 내년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과 20여 일 만에 인적 청산을 완료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보수 정당의 재건은 이제 어려워졌다는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와 전 변호사 모두 ‘판단의 성급함’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