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 제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소비자들은 쌀 수확기임에도 인상되고 있는 쌀 가격으로 인해 밥상물가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농민 보호'라는 거대 담론 아래 쌀 가격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밝혔다.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2013년 쌀 목표 가격이 17만83원에서 18만8천원으로 10.5% 오르면서 2013년 연평균 쌀 도매가격은 4만4천151원(20㎏)으로 평년대비 14.1% 인상됐다.올해 11월 기준 쌀 도매가격은 9천660원(20㎏)으로 2013년 가격과 비교하면 13.8% 상승했다.또한, 2017년 6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18개월간 지속적인 쌀 가격 인상으로 현재까지 20㎏ 도매가격이 3만1천805원에서 4만9천660원으로 56.1% 올랐다.앞서 정부는 내년도 쌀 목표 가격을 18만8천192원(80㎏당)으로 제시했다.이에 더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9만4천원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 중이다.쌀 목표 가격 제도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 지급을 위한 기준가격이다.쌀 소득보전 직불금은 쌀 재배 농가의 소득을 일정한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5년마다 목표가격을 결정하게 돼 있다.소비자단체협의회는 "쌀 목표가격이 높아질수록 공급 과잉의 불균형은 심화하고 쌀 가격도 낮아지지 않으므로 생산자의 소득보장만을 위해 목표 가격을 높여가는 것에 대한 총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정부가 급등하는 쌀값을 잡기 위해 비축미를 방출한다. 수확기가 되면 쌀 공급이 늘어 쌀값이 떨어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쌀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벼 수확기에 비축미를 푸는 것은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근 쌀값 급등에 대한 정부 부담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수확기에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자 농민단체들은 “방출 계획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정부는 2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개최한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쌀값 안정을 위해 비축미 5만t을 연내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또 떡·도시락 업체 등에 가공용 쌀을 기존 공급분 27만t에 더해 1만t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고 차관은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됨에도 쌀 가격 오름세가 지속돼 가격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쌀값은 벼 수확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10월 들어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산지 80㎏ 기준으로 지난 9월25일 17만8220원에서 10월에는 19만4772원으로 뛰었다. 과거 최고치는 17만9800원(2013년 10월)이었다.쌀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생활물가도 불안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2.4% 올라 지난해 9월(2.9%)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수확기 이례적인 쌀값 상승은 올여름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때문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2018년 쌀 예상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4% 감소한 387만5000t으로 추산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남에서는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는 지역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농민들이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 쌀값 급등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농협 전국 단위조합의 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나서는 농협 조합장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농가로부터 쌀을 높은 가격에 수매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비축미 방출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밥 한 공기에 최소한 300원, 쌀 1㎏에 3000원은 받아야 쌀 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국회서 물가상승 반영해 인상해야"…직불제 개편도 요청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18만8천192원(80㎏당)으로 제시하고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9만4천 원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법령을 근거로 2018~2022년 쌀 목표가격을 이같이 산출해 목표가격 변경 동의요청서(정부안)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목표가격은 기존 18만8천 원보다 192원 오른 가격이다.목표가격은 변동직불금 지급을 위한 기준가격으로, 5년 단위로 쌀의 수확기 평균가격 변동을 반영해 국회의 동의를 거쳐 변경하도록 '농업 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정부는 농업인의 실질 소득 보전을 위해 이번에 변경되는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계획이지만, 관련 법률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 우선 현행 법률에 따라 산정한 목표가격을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농식품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 반영 시 가격은 19만4천 원을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그 정도가 실질적 정부안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앞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도 여러차례 '19만4천 원+@'를 쌀 목표가격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이 관계자는 또 "최종 결정될 적정 수준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논의의 범위가 넓지만 내년 예산안과 함께 11월 말까지는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농민단체 등에서 쌀 목표가격을 23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안에 대한 반발 우려를 두고는 "농민단체와 무척 다양한 경로로 협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토론회나 공청회를 열어서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이번 목표가격 논의와 병행해 농업의 지속 가능성 제고 및 농업인 소득 보전 기능 강화를 위해 직불제 개편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을 국회에 제안했다.쌀 직불금은 2005년 도입 이래 연간 1조1천611억 원이 지급돼 쌀 농업인의 소득을 목표가격 대비 95% 이상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그러나 쌀 직불금으로 인해 쌀 생산 과잉 현상이 초래되고 대규모 농업인이 중소규모 농업인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등 문제가 없지 않았다.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목표가격만 변경하는 것은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우고 기존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직불제 개편은 쌀에 집중됐던 지원을 타 작물로도 확대하고 중소농을 배려하는 한편 농업과 농촌의 공익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소규모 농가에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한편 그 이상 농가는 경영규모에 따라 역진적 단가를 적용하는 등 '하후상박' 구조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해 재배 작물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할 계획이다.또한 직불금 지급과 연계해 농약, 비료 등 사용 기준을 준수하고 영농 폐기물을 수거하도록 하는 등 농지와 공동체, 환경, 안전 관련 의무를 부여한다.정부는 연내 직불제 개편 방향을 확정하고 내년 의견 수렴과 입법 조치를 거쳐 2020년에는 개편된 직불제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농식품부는 "향후 국회와 적극적 협의를 통해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직불제 개편을 통해 쌀 수급 불균형과 농가 양극화를 해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