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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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이끄는 핵심 축인 임종석, 정의용, 장하성 등 세 실장의 국감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는 ‘선글라스 시찰’ 논란부터 ‘리선권 냉면 발언’ ‘청와대의 경제정책’ 등으로 공방을 벌이며 자정을 넘겼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감이 시작된 지 12시간이 흐린 밤 10시를 넘겨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동문제와 관련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노조라고 해서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어 민주노총이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노동 정부인 문재인 정부 2인자의 이같은 발언은 이목을 끌었다. 윤 원내대표의 “노조할 권리, 노조 결사의 자유는 공공기관에서 마중물이 돼야 한다. 노동 존중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말씀만이 아니라 실제로 추진하기를 당부드린다”는 질의에 임 실장은 “노동 존중 사회로 가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히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노동이 복지만큼 따듯하게 국민 가슴속에 자리잡으면 좋겠다”며 “전교조나 민주노총도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극복하며 사회적인 협력 틀을 만들기 위해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청와대는 민주노총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연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출범시키는 문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및 탄력근로제 확대 등과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완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과 관련해 “맥락과 배경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한사람 발언에 대한 추측으로 남북관계 전반을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영상을 보여주면서 “옥류관의 다른 테이블과는 달리 리 위원장과 우리 기업 회장들이 함께한 자리는 분위기가 경직돼있다”며 이를 이선권이 기업 회장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국민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윤재옥 한국당 의원의 지적에는 “그게 사실이라면 국민감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또 일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일본의 강경 반발이 이어지면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대법원 징용배상 판결에) 강경하게 대응을 계속하면 우리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황해도 개머리지역의 해안포 1개 포문이 계속 열려있는 것과 관련해선 북한이 포문 안에 해안포가 없다고 전했다고 했다. 정 실장은 “개머리지역에 포문 하나가 열려있어 북측에 해명하라고 했다”며 “북측은 '갱도 안에 해안포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11월 1일부터 서해 완충수역 일대의 모든 해안포의 포문을 폐쇄해야 했으나 북한 개머리지역의 해안포 1개 포문은 계속 열려있다. 국방부는 이에 지난 1일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포문 폐쇄를 요구했고, 북측은 상부에 보고해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탈(脫)원전 등 에너지 정책에 이어 부동산 정책 업무까지 경제수석실로 이관키로 했다고 발언해 혼란을 초래했다. 장 실장은 “부동산 정책을 사회수석실이 관여했던 것은 정부 초기 업무 관장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이 같은 방향으로 업무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김수현 사회수석이 담당해온 에너지 정책도 경제수석실로 넘어갔다.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 출석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에너지와 탈원전 정책은 그동안 사회수석이 맡았는데, 한 달 전부터 제가 맡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동 중”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차기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수석이 주도해온 부동산과 에너지 정책을 경제수석실로 옮기면서 윤 수석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직제상 사회수석실 밑에 있는 주택도시비서관의 역할이 경제수석실로 넘어가게 돼 일부 조직개편도 불가피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업무 이관이 그동안 김 수석이 주도해온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데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장 실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 9·13 부동산 대책 마련 시 대출 등 금융 분야에 경제수석실이 참여한 바 있어 부동산 대책의 경제정책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지 이관 여부를 말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정책실 내부적으로 업무 조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